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이 마침내 300조원을 눈앞에 뒀다. 주주 우선 정책이 확대되고 있고, 실적 전망도 밝아서 시가 총액 역시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상승은 부품과 완제품(세트) 사업이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자동차 부품과 인공지능(AI) 등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 구조 개편 이슈도 시장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경제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하는 수준이다. 다만 워낙 독보하고 있어서 국내 경제와 증시가 지나치게 삼성전자에 의존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성과
삼성전자 주가 상승 배경에는 1분기 실적, 나아가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고, 디스플레이도 공급이 부족할 정도다. 2분기 출시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생활가전과 TV제품 실적도 성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부품과 세트 사업이 상호 보완하는 형태였다면 올해는 부품과 세트 모두 호황일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긍정적 전망 일색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개선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의 동시 업사이클 속도가 예상을 능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갤럭시S8의 출시가 다소 미뤄졌지만 노트7 이후 '대기 수요의 이월' 효과에 기반을 두고 제품 출하는 1분기 말부터 견조하게 발생할 전망”이라면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이는 2분기 13조원 사상 최대치로 거듭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업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기대도 높다. 최근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전장부품 등 미래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유망 기업을 적극 인수합병(M&A)했다. 9조3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M&A 사상 최고액을 기록한 전장부품 회사 하만 인수를 비롯해 비브랩스, 스마트싱스, 루프페이, 데이코 등 최근 2~3년 동안 다양한 기업을 인수했다. 루프페이 인수는 '삼성페이' 출시로 이어졌고, 스마트싱스도 삼성전자 IoT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하만 인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신성장 동력인 전장 사업에 대한 글로벌 도약 기반을 확보했다”면서 “삼성전자의 정보기술(IT), 모바일, 부품 사업과 하만그룹의 전장 분야의 노하우를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배구조 개편은 중장기 과제
삼성전자 실적 기대와 주가 상승에 가려져 있지만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상존하는 과제다. 삼성전자가 외국계 펀드 등의 공격에서 벗어나려면 지배 구조 안정화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상태에 있어 지배 구조 개편 작업이 주춤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했다.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삼성전자 역시 고심하던 부분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중립적 입장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검토한 뒤 추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너 구속 등 변수가 있음에도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장 실행하긴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뒤 결과를 주주에게 공유하겠다”면서 “다만 검토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상반기 안에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은) 이론적으로 실행 가능하며, 지배력 확보 관점에서 필요성 높다”면서 “삼성전자가 향후 지주회사 전환 여부에 대해 검토 결과를 시장과 소통할 때 실제 지주회사 전환에 관한 긍정적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 등이 예고돼 있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미루기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의존도 심화는 한국 경제 부담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이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훌쩍 넘는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비중은 더 높아진다. 시가 총액 2위인 현대차와 격차는 8배 이상이다.
삼성전자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삼성전자에 의해 전체 시장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상승했다. 하지만 지수 상승은 삼성전자로 인한 착시 현상이지 전체 시장 분위기와는 다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상장사의 절반 이상은 주가가 하락했다.
증시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서도 삼성전자가 미치는 영향이 압도적이다. 1, 2차 협력사는 물론 협력사 하청 기업 등으로 확대되면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국가 경제 측면에서는 삼성전자 한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키아에 의존한 핀란드가 단편 사례다.
삼성전자 역할도 자명해진다. 삼성전자 성장도 중요하지만 협력사와 동반 성장하는 구조와 생태계를 갖춰 가야 한다. 삼성전자와 협력 생태계 속에서 탄탄한 중소·중견기업이 탄생할 수 있어야 한다. 협력사 성장은 결국 삼성전자의 제품 품질 향상으로 돌아온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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