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 한미일 연합 최종 매각 계약 지연… 웨스턴디지털 행보가 변수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과 도시바간 도시바메모리 인수 정식 계약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과 도시바간 도시바메모리 인수 정식 계약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최종 인수계약이 지연되고 있다.

도시바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정식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려 했다. 그러나 컨소시엄 내 이해당사자는 물론, 도시바와 컨소시엄간 계약 조건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당초 계획보다 계약 체결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도시바는 공식 자료를 내고 “컨소시엄과 협상을 계속해왔지만,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다”면서 “가능한 빠르게 합의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도시바메모리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는 한국 SK하이닉스를 포함해 미국 베인캐피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일본 정책투자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약 2조엔(약 20조5000억원) 규모 자금으로 도시바메모리 지분 100%를 취득할 계획이다. 과반 이상 지분을 일본 측에서 가져갈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SPC에 자금을 대출해 주는 형식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기업 결합에 따른 독과점 심사 등을 피하고 일본 여론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방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이날 주총에선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를 매각할 경우, 한국으로 기술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나루케 야스오 도시바메모리 대표는 “SK하이닉스는 대출 형태로 참가하기 때문에 기술유출은 없다”고 설명했다.

도시바메모리와 대형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공장을 공동 운용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은 여전히 매각의 대형 변수로 꼽히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연합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주총을 하루 앞둔 27일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함께 인수 제안서를 다시 제출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일본 측 인수 주체인 INCJ, 정책투자은행을 끌어들일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5월 “합작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매각 작업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요구했다.

이 같은 웨스턴디지털 행보가 정식 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런 시각을 의식한 도시바는 “교섭을 진전시킨다는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이 시간이 길어질 경우 의외의 사태로 거래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도시바가 “가능한 빠르게 합의를 보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주총 현장에서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웨스턴디지털이 부당하게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방해하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연내 매각을 완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바는 이날 도쿄지방재판소에 웨스턴디지털을 상대로 매각 방해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명령 신청과 1200억엔 지불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메모리 매각 관련 간과할 수 없는 방해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