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의 미래 성장 프로젝트가 수술대에 오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의 대형 국책 연구개발(R&D)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기존 사업을 산업·기술 수준별로 재분류, 선별 지원한다. 문 대통령은 사업 조정 시에도 R&D 연속성은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부처별 핵심 정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난 10년간의 과기정보통신 정책과 방송 정책에 대해 근본적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며 관련 분야의 정책 조정을 시사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정부가 추진한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와 19대 미래 성장 동력 사업을 재검토한다. 두 프로젝트에 포함된 연구 주제를 중·장기 원천 기술 확보와 단기 상용화 분야로 재분류한다. 유사·중복 과제는 통폐합한다.
중·장기 원천 기술은 정부가 해당 분야 R&D에 집중 투자한다. 단기 상용화 분야는 민간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규제, 세제 측면에서 간접 지원한다. 재분류 후에도 성장 동력으로 선정된 주제는 원천 기술 R&D뿐만 아니라 사업화까지 묶음(패키지) 지원한다.
정부는 과제 분류 체계를 구체화해 올해 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상정한다. 자문회의에서 의결되면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 19대 미래 성장 동력 용어는 사라진다. 중·장기 원천 기술과 단기 상용화 분야의 이원 체계로 재편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존 과제 모두를 재검토해 기술·제품 단계에 따라 중·장기와 단기로 재분류하고, 지원 방법도 다르게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19대 미래 성장 동력도 모두 다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선별, 새로운 분류 체계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리한 재편으로 주요 과제의 R&D 연속성이 끊기지 않도록 세심한 기획이 요구된다. 과기정통부는 대통령 주문에 따라 기계적 사업 통폐합은 지양할 방침이다.
이진규 1차관은 “(문 대통령은) 미래성장동력 관련해서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조건 중단하기보다 기왕에 투자된 것이 잘 매듭지어지도록 사업 관리를 잘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지난 정부 과학기술전략회의가 선정한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에는 자율주행자동차, 경량 소재,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정밀의료, 신약, 탄소자원화, 미세먼지 연구가 포함됐다. 19대 미래 성장 동력 사업은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자동차, 실감형 콘텐츠, 착용형 스마트기기, 지능형 사물인터넷(IoT), 지능형 반도체, 고기능 무인기 등이다.
자율주행차-스마트자동차, VR·AR-실감형 콘텐츠 등 두 사업에서 중복되거나 연관성이 높은 연구 주제가 조정 1순위로 거론된다. 국가 전략 프로젝트 과제 가운데 AI, 미세먼지, 탄소자원화, VR·AR, 경량 소재 등 이미 시작된 6개 사업은 정상 추진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한 '방송미래발전위원회' 설치를 핵심 과제로 보고했다. 방송미래발전위원회는 방통위 내 민간 기구로, 제도 개선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 계류돼 있는 방송관계법과 해직언론인 특별법 제·개정 논의를 지원한다.
방송, 법률, 언론 등 각계 전문가들과 제작·편성 종사자 대표, 시민사회단체 등을 포함해 20인 안팎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방통위 의사결정 구조의 외연을 확장,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도록 규제 전반을 개선한다. 포털 인터넷 게시물 임시 조치에 대해 정보 게재자 이의 제기 절차를 신설하고, 정치적 표현물에 대해서는 2022년까지 완전 자율규제가 목표다. 우선 과제로 2018년까지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이의 제기 절차를 신설하고, 사업자 자율 규제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내 '통신 서비스 분쟁조정제도'를 도입한다.
융합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과 IoT 등 신기술 등장으로 인한 새로운 유형의 이용자 피해와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의 예방이 목표다.
몰카 동영상 등 선정 및 폭력성 불법 유해 정보와 불법 스팸 메시지 단속을 강화하고, 실시간 차단 조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19대 미래성장동력 연구 분야〉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