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x86 전산시스템 도입 확산 도미노

전북銀·거래소·카카오뱅크등 성공적 운용 사례 늘어...신뢰성도 향상

금융권이 x86 인프라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계정계 등 이른바 '코어뱅킹' 시스템은 기존 기술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주변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IBM과 오라클 등 비 x86 계열 기업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인텔을 중심으로 x86 서버 하드웨어(HW)를 판매해 온 휴렛팩커드(HP), 델EMC, 레노버는 비즈니스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올 하반기에 x86 인프라 기반의 공용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한다. 빅데이터 연산 시스템과 핀테크 플랫폼을 x86 인프라 위에 올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투자는 차세대 전산 시스템의 80% 이상을 x86로 구축, 완료했다.

우리은행은 인공지능(AI) 상담 시스템, 빅데이터 연산 인프라, 국외 점포 인터넷 뱅킹에 x86 인프라를 적용한다. 현재 우리은행은 포스트 차세대 과제 수립 컨설팅을 받고 있다. 농협은행은 환원자료, 예산경리, 빅데이터 시스템을 x86 인프라 위에 얹기로 하고 개발 작업에 들어갔다.

신한은행도 비슷한 시스템을 개발, 테스트 환경을 x86로 전환했다. 웹서버를 포함한 글로벌 코어뱅킹 등 주요 시스템을 x86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x86 기반으로 신기술 디지털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현재 컨설팅을 받고 있는 단계다. KB국민은행은 그동안 IBM 메인프레임을 주 전산 시스템으로 활용해 왔다. x86과 리눅스 운용체계(OS)로 직행할지 메인프레임을 걷어내고 비 x86+유닉스 OS 인프라를 거칠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이미 KB국민카드는 대부분의 전산 시스템을 x86로 교체키로 하고 구축 대행업체를 찾고 있다.

국내 금융권의 x86 기반의 전산 시스템 도입 확산은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인텔 생태계의 영향력 확대다. x86은 인텔의 독자 중앙처리장치(CPU) 마이크로아키텍처다. HP, 델EMC, 레노버 등은 인텔 CPU를 가져와 메모리 등을 꽂아서 서버 HW를 조립해 판매하고 있다. 이 생태계가 확대되면 유닉스의 자리를 리눅스가 꿰차고 들어앉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와 보안 등 소프트웨어(SW) 업계의 지형도도 변한다. 파워 시리즈와 스팍 시리즈 서버 시스템을 기반으로 HW, SW, 서비스를 공급해 온 IBM과 오라클 등 비 x86 생태계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금융권은 유독 x86 시스템 도입을 꺼렸다. 신뢰성 측면에서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비 x86 시스템에서 경험을 쌓은 정보기술(IT) 관리자의 반대 입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전북은행과 한국거래소(KRX)가 전산 시스템을 x86로 구축, 성공리에 운용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경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계정계를 포함한 코어뱅킹 시스템 전부를 x86로 운용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 월스트리트 등 국제 금융권에선 x86 시스템이 주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면서 “세계 금융 시장을 장악하면 현재 90% 이상인 x86 서버 칩 시장 점유율은 100% 가까이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은행 IT금융 관계자는 “비 x86 계열의 유닉스 OS 시스템은 업그레이드가 느린 데다 SW 역시 대부분 유료이기 때문에 유지비용이 높다”면서 “x86은 구축부터 SW 설치·운용까지 전체 유지비용이 상당히 저렴하고, 성능과 신뢰성 역시 높게 올라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버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금융권에서 발주를 내면 내년부터 서버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비 x86, 유닉스 OS로 차세대 시스템을 꾸민 지 얼마 안 된 업체는 차후 차세대 시스템 구축 때 x86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 x86 계열 서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첫 구축부터 x86로 시작했지만 기존 금융권은 각종 SW 교체를 위한 신규 개발에 나서야 하고, 신규 보안 대책도 세워야 한다”면서 “그렇게 단시간 내 이뤄질 사안은 아니다”라며 비관 전망을 내놨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