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이 전격 퇴진을 선언하면서 권 부회장이 수행했던 역할을 대체할 후임자가 누가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삼성전자에서는 이건희 회장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 구속 수감으로 권 부회장이 '총수대행' 성격으로 대외적인 대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면 유일한 부회장인데다 최고경영진 중 가장 연장자다. 이사회 의장도 권 부회장이 맡을 정도로 역할이 컸다.
향후 가장 유력한 삼성전자 대표 후보로는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 사장이 꼽힌다. 윤 사장은 권 부회장 다음으로 연장자다. TV 사업을 맡을 당시 보르도 TV를 앞세워 소니를 꺾고 TV시장 1위에 오르는 등 큰 성과를 냈다. 조직 장악력 등 강력한 카리스마도 갖췄다.
다른 대표이사인 신종균 IT·모바일 부문장 사장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맡게 될 후임자 역시 해당 사업과 관련해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누군가 삼성전자를 대표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해당 업무에 따라 사장이나 경영자들이 참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연장자인 윤부근 사장이 대표격으로 나서겠지만, 행사 성격이나 업무에 따라 부문별 사장이 사안에 따라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사업적으로는 부품부문을 이끌 새 리더가 누가되느냐가 주목된다. 특히 현재 최고의 성과를 내는 반도체 사업을 공백 없이 이어받을 사람이 누가될지가 핵심이다.
부품부문 후임 인사로는 직급이나 성과 등을 감안할 때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이 앞서있다. 일각에선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이나 삼성SDI로 자리를 옮긴 전영현 사장이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그러나 삼성 반도체에서 이런 사례가 없었고, 현 경영진 체제 하에서 최고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크기 않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김기남 사장은 1981년 삼성에 입사 해 메모리 반도체 기술 개발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2014년 6월부터 반도체 총괄 사장직을 수행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누가 맡느냐도 주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부터 권오현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겸했으나 디스플레이에 특화된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새 대표로는 삼성디스플레이 사내이사인 이동훈 OLED사업부장 부사장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1959년생으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시절부터 등기이사로 재직했으며 영업, 전략마케팅 등을 두루 거쳤다.
김성철 연구소장 부사장(1961년생)도 차기 대표 가능성이 있다. 1961년생으로 삼성SDI AM개발팀장,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서블개발팀장 등을 거쳤다. 2013년 연구임원으로 승진했다. 다만 삼성이 그동안 연구개발 출신을 대표로 선임하는 사례가 드물었던 만큼 차기 대표보다는 OLED사업부장 등으로 바뀔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
박동건 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가 다시 부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통 고문을 맡으면 2~3년간 활동하다 퇴임하는 것이 수순이지만 박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디스플레이 업계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에서 고문으로 물러났다 복귀한 사례는 없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권 부회장 퇴임은 어떤 식이든 구속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교감을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며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견도 있겠으나 이 부회장의 판단과 결정이 차세대 삼성 경영진 구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성과를 쌓아온 기존 경영진의 중용이냐, 미래 신진 경영진의 공격적 발탁이냐가 초미의 관심”이라고 덧붙였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