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단행한 삼성전자 부문장 인사를 계기로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 대표 3인이 용퇴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박수' 속에서 떠나는 선배 경영진으로서 후임자들이 삼성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삼성전자 3인 대표 가운데 권 부회장이 가장 먼저 경영 일선에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권 부회장은 10월 13일 “(삼성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삼성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권 부회장은 5년째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다. 삼성전자 입사부터 반도체와 인연을 쌓아 온 그는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데 기여했다. 삼성전자를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오르게 한 주역이다. 시스템반도체 사업 확대를 위한 적극 투자도 추진했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가 영업이익률 50%에 도달하고,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1위에 오르는 데 리더십을 발휘했다.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얼굴로 차분하면서도 실속을 챙기는 조용한 카리스마를 발휘해 왔다.
'미스터 TV'로 불리는 윤부근 사장은 삼성전자 TV 신화의 주역이다. 1987년 삼성전자 입사 후 컬러 TV를 시작으로 최근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까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 TV 개발을 주도했다. 2006년 보르도 LCD TV로 34년 만에 세계 1위 TV로 오른 후 16년 연속 글로벌 TV 1위를 지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 왔다. 완벽을 추구하는 업무 스타일로 유명한 그는 최근 QLED TV로 새로운 화질 기준을 제시하는 등 혁신의 길을 걸어 왔다. 생활 가전 부문을 맡으면서도 무풍 에어컨, 애드워시 등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삼성전자를 글로벌 가전 최고 기업 반열에 오르게 하는 데 기여했다. 강력한 추진력에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업계 안팎에서 인기가 높은 최고경영자(CEO)로 꼽혀 왔다.
신종균 사장은 2009년 무선사업부장을 맡은 후 이듬해 '갤럭시 S'를 세상에 선보였다. 패스트팔로이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퍼스트무버'로 탈바꿈시킨 것도 신종균 사장의 역할이었다. 기존과는 차별화된 대화면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내놓은 것도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은 “삼성의 도전과 성취의 역사를 함께한 것에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면서 “후임자들이 삼성의 미래 성장을 훌륭하게 이끌어 나갈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