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기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경쟁력 보유산업인 게임계의 발전과 바른 유저문화 정착을 위한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여명숙, 이하 게임위)의 공감 토크콘서트 '게임톡소다'가 '언어폭력과 성희롱'을 테마로 두 번째 대화의 장을 열었다.
지난 20일 오후 4시 전자신문 공식 페이스북과 유튜브, 판도라TV 등의 소셜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게임위가 주최하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가 주관하는 게임 공감토크콘서트 '제 2회 게임톡(Talk)소다(Soda)'가 개최됐다.
'게임톡소다'는 100분 토론형태로 게임업계와 개발자, 이용자 등 관계자들이 모여 게임 관련 이슈들을 논의하면서, 서로간의 오해를 없애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개최된 토크콘서트로, 다양한 채널을 통한 실질 게임주체들의 의견을 실시간 수렴함으로써 자유롭고 창의적인 소통계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이번 2회 행사는 소성렬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현경 아나운서의 진행 아래 '확률형 아이템'과 '결제한도 규제'를 다룬 1회에 이어 '게임 내 언어폭력과 성희롱'을 테마로 진행됐다. 패널로는 △김세영 사단법인 친한친구 대표(게임과몰입상담센터 상담사) △황혜진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등의 전문가와 △인기 크리에이터 겸 게임BJ 보겸 △최수연 부산대학교 대학원생 등 유저대표들이 함께했다.
◇'비대면 악용한 인격침해' 게임내 언어폭력, 법 넘어 게임사·유저교육 등 조치 필요해…익명성은 보장돼야
'게임 속 언어폭력'을 놓고 벌어진 첫 토론에서는 문제점과 실태, 해결방안 등에 대한 관련 주체들의 공감대 형성이 이뤄졌다. 특히 게임사 차원의 노력과 교육구조 확립 등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으며, 실명공개에 대한 논의들도 다소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먼저 게임 내 언어폭력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사이버 상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범죄들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함에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제기됐다.
김세영 사단법인 친한친구 대표는 "중·고등생 중 50% 이상이 불특정 유저에게 언어폭력을 당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한 사이버상에서의 충격이 적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원초적인 폭력성을 부추기면서 언어폭력이 나타난다"라며 "하지만 유저들 사이에서 신고를 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너무 팽배해져 있어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겸 게임BJ 보겸은 "패륜적 언행을 30분 이상 들으면서 너무 화가 나 스크린캡처와 동영상 녹화 등을 다 해서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라며 "당시 형사가 나를 확실히 지목해서 욕을 했어야 모욕죄가 성립되는데, 이것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기각될 것이라면서 반려해 허탈한 경험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최수연 부산대학교 대학원생은 "게임 내 욕설을 들으면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그 결과값이 바로 전달되지도 않고 얼마나 신고를 해야 제재가 가해지는 지 자세한 건 알 수 없다"며 "또 캡처만으로는 신고가 안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사용해야할 동영상 캡처프로그램은 사용자들이 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신고가 어려운 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유저들 사이에서 횡행하는 언어폭력에 대한 상황분석과 함께 해법에 대한 논의도 다양하게 이뤄졌다. 주요 논의로는 법적 제재 외에도 게임사들의 강력한 제재, 유저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인식확산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황혜진 디라이트 변호사는 "2015년과 2016년 경찰청 통계를 보면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은 평균 1만5000여건으로, 같은 기간 사이버 저작권침해(2016년 9767건)와 사이버 음란물(3777건)에 비해 압도적인 숫자를 기록했다"라며 "사실 모욕죄나 명예훼손의 경우는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자신의 신상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성립되는 것으로, 경찰측에서 반려되는 경우가 많으나 구체적인 법률상담 또는 검찰문의까지 진행하면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실에 대해서 해당 유저에게 명확하게 인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불가피하게 고소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아이디만을 거론해 모욕하거나 녹음·녹화가 없더라도 당시 동료유저들의 진술서와 명확한 사건기술서가 함께한다면 신고는 가능하다"라며 "게임 내 언어폭력은 형법상 모욕죄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명예훼손에 따라 △모욕죄 : 징역 1년 이하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명예훼손 : (사실적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거짓사실)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 고소취하 또는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겸 게임BJ 보겸은 "동영상 사이트 등에 콘텐츠를 게재하는 등 플랫폼을 통한 교육과 함께 각급 학교나 기관 등에서 체계적으로 사이버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세영 사단법인 친한친구 대표는 "학교폭력과 연계된 상황에서 빚어지는 게임 내 언어폭력은 다각적인 지원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고, 불특정 유저에게 당하는 언어폭력은 주의환기와 신고가 뒤따르면 될 것이다"라며 "여기에 쌍방향적 소통을 전제로한 다각적인 네티즌 윤리교육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최수연 부산대학교 대학원생은 "언어폭력은 예방도 필요하지만, 직접적인 제재가 있어야 방지가 가능하다고 본다"라며 "신고를 하면 즉각적으로 이용자의 계정이 정지된다던가 하면 조금은 덜 해질 것이고, 익명성을 무기로 모르는 상대에게 언어폭력을 가하는 것은 범죄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게임 내 언어폭력과 관련해 '익명성 해소'가 하나의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모든 주체들이 타당성 부분이나 현실성, 표현의 자유 등을 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김세영 사단법인 친한친구 대표와 황혜진 디라이트 변호사는 "언어폭력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표현의 자유와 국산게임 경쟁력의 약화 등 실이 많기에 실명공개는 타당성이 약하다"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겸 게임BJ 보겸과 최수연 부산대학교 대학원생은 "실명공개를 한다면 표현의 자유 자체를 잃어버릴 공산이 크다"라며 "익명성이 보장될 때 자신의 자유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1부 말미에는 총괄적인 주제에 대한 SNS질문이 제기됐다. 특히 △게임 내 불특정 공격에 의한 의도적인 욕설유도 △유저 및 게임사 별 구체적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의문이 패널들에게 주어졌다.
먼저 의도적인 욕설유도에 대해서는 황혜진 디라이트 변호사가 “실 사례에 비춰봤을 때, 정당방위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는 욕설을 한 유저가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말에 이어 다른 패널들도 공감하는 말들이 이어졌다.
이어 게임사 또는 유저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김세영 사단법인 친한친구 대표의 “계정활동 정지 등의 강력한 물리제재부터 계정정지에 대한 교육콘텐츠 합일화로 게임사들은 조치가 가능할 것이며, 이용자들에게는 ‘현실과 게임은 다르다’라는 말로서 현실적인 경쟁심리에 대한 완화가 적절한 가이드라인일 것이다”라는 말이 답변으로 제시됐다.
◇'남성유저 중심의 악습' 게임 내 성희롱, 여성 87% '피해경험 있다'…제재 넘어 원인분석·해결 필요
두 번째 토론은 '게임 속 성희롱'을 테마로 각급 전문가와 유저들이 사례 및 문제분석, 해결방안 제시 등을 진행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먼저 성희롱 문제진단에서는 구체적인 데이터 수치와 함께 현실상황에서 대면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이 공개돼 공감대를 조성했다. 이 가운데 음성채팅이 성희롱을 증가시킨다는 논의까지 이어져 관심을 얻었다.
김세영 사단법인 친한친구 대표는 "청년참여연대가 2017년 2월 4479명 게임유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게임 내 성차별 및 성희롱 경험이 있는 사람이 96.2%에 달했으며, 특히 여성 설문자 가운데 87%는 실제 피해경험을 토로했다"라며 "생물학적 원인이나 조직 및 사회문화적인 원인에 따라 전통적 성역할에 대한 강한 인식이나 적대적 성적 신념, 타인의 관점 무시 등을 갖고있는 유저들이 음성채팅이라는 간접적인 대면채널을 이용해 성희롱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최수연 부산대학교 대학원생은 "여자가 게임을 하면 '밥이나 하지 뭐하러 게임하고 있냐', '너 때문에 게임이 잘 안된다' 등의 비방은 물론 신음소리를 들려달라거나 남자 지인과 게임하는 경우 무슨 사이냐며 성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까지 당해봤다"라며 "이때문에 보통 음성채팅 위주로 진행되는 게임 내 여성유저들은 성희롱을 당할까봐 채팅은 하지 않고 듣기만 하는 등 불편함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겸 게임BJ 보겸은 "주변 여성유저들이 타 유저로부터 '다른 남자들 끌고다니는 여왕벌', '어쩐지 게임 못하더라'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듣는 경우는 수도 없이 봤다"라며 "하지만 이것이 음성채팅때문에 생겼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1인 방송 진행 중 채팅상에서 심하게 욕설하던 유저들도 실제 음성채팅을 하면 자신의 존재감이 드러난다는 부담감에 오히려 조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라고 말했다.
성희롱의 해결방안 제시에 대해서는 언어폭력과 마찬가지로 법률적인 제재와 함께 게임사들의 노력,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황혜진 디라이트 변호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모욕죄와 민사 손해배상청구까지 가능하다"며 "게임 플레이 간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 이를 환기시키고, 변화없으면 해당내용을 캡쳐 또는 녹음해 경찰에 고소하거나 사이버안전국 사이트에 신고하면 된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는 주변 증인이 필요없다는 점도 기억해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세영 사단법인 친한친구 대표는 "음성채팅을 동반한 게임에서의 성희롱은 일시에 끝나지 않으므로, 그를 녹음하면서 가해자와 주변 증인들의 배틀태그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 전에 자신의 감정을 분명히 밝히고, 향후 문제에 대한 언급은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라며 "또 게임사 측에서는 신고 모니터링 강화와 영구정지 등의 강력한 제재 마련과 신고안내 홍보 등을 강력하게 해주면 좋을 듯 보인다"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겸 BJ 보겸은 "어렸을때부터 교육이 중요할 것 같다.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이든 언어폭력이든 범죄는 죄의식이 부족한 탓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중학교 단위에서 욕설이나 성희롱이 가장 많은 상황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나 각급 기관에서 교육특강으로 초빙해주신다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라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최수연 부산대학교 대학원생은 "게임은 남녀 피지컬 차이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성역할이 없었으면 하고, 법적인 제재방안을 확실하고 강력하게 진행해줬으면 한다"라며 "또 일반적인 성교육 외에도 성희롱에 대한 교육도 확실하게 진행하는 것이 게임 내 성희롱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부 말미에는 게임 내 성희롱과 관련한 SNS질문들이 쏟아졌다. △녹음버튼 확인방법 △고과금유저의 성희롱에 대한 게임사의 방관 △남자유저간 성희롱 △게임 내 양성평등 정립 등의 의문이 패널들에게 주어졌다.
먼저 녹음버튼 활용에 있어서는 김세영 사단법인 친한친구 대표가 "게임사에서 소프트웨어적 지원을 진행, 모바일 게임 내 네이버 원클릭 같은 형태를 만들어줬으면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에 이어 황혜진 디라이트 변호사가 "녹음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술서나 배틀태그 확보 등으로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고과금유저의 성희롱에 대한 게임사의 행동에 대한 내용에는 크리에이터 겸 게임BJ보겸이 답변에 나섰다. 그는 "실제로 저는 나름 고과금 유저로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고과금이라고 해서 피해를 안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간혹 특정게임 내에서는 그런 경우가 제법 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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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세영 사단법인 친한친구 대표는 "게임사도 고과금 유저에 의존하기 보다 게임의 투명성과 게임 자체의 재미로 유저들이 찾아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야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으며, 최수연 부산대학교 학생은 "게임사의 제재가 적절하지 않고, 네티켓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많은 유저들이 이탈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성유저 간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는 황혜진 디라이트 변호사가 "성별이 달라야 한다는 법 규정은 없으며, 실제로 남자유저가 상대 남자유저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한다고 하더라도 처벌은 가능하다" 등의 답변을 내렸다.
양성평등 정립 문제에 대해서는 김세영 사단법인 친한친구 대표와 최수연 부산대학교 대학원생이 " 기본적인 자기애와 함께 게임내에서도 남녀 구분보다는 서로 인격체로서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라는 말로 결론을 맺었다.
◇공감 토크콘서트 '게임톡소다' 2회, 깨끗한 게임유저 문화조성과 자정적 노력을 깨닫는 계기
전체적으로 '제2회 게임톡소다'는 게임유저 간의 쟁점인 '게임 내 언어폭력과 성희롱' 등을 다루며, 다양한 게임유저들로부터 크게 환영받았다. 특히 유저간 존중과 함께 게임업계의 자정적 노력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마련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유저뿐만 아니라 게임사와 우리 사회 전반에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는 듯한 유익한 토크콘서트였다"며 "실제 유저와 게임사 등 각계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토크콘서트로 게임문화를 개선해나가려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노력이 실질적인 단계까지 이어지는데 큰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주최하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하는 게임계 열린 토크콘서트 '게임톡소다'는 △11월 '사회적 이슈 게임물 논의와 인디게임 활성화'를 놓고 진행될 예정이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