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뒤가 맞지 않는 규제 개혁 정책을 추진, 논란을 빚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의원 입법 형태로 '지역특구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추진한 규제프리존법의 대체 법안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규제프리존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부처 간 엇박자는 국회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가 규제프리존 정책을 공식 포기하면 야당 반발로 새로 마련할 대체 법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부득이 '모순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박근혜 정부 때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중심으로 마련한 '규제프리존법'과 규제프리존법의 대체 법안으로 준비하고 있는 '지역특구법 개정안'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다. 지역특구법 개정안은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4대 법안 가운데 하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최근 국회에서 “지역특구법을 통해 규제를 개선하는 혁신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국회가) 규제프리존법과 지역특구법에 의한 제도 개선을 함께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역특구법 개정안이 규제프리존법의 대안 성격이냐는 질문에 김 차관은 대안이 아니라 규제프리존법 취지를 담은 새로운 법이라고 설명했다. 두 법안을 두고는 “충돌되지 않는다”며 동시 추진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실제 기재부는 지난 정부 때 규제프리존법 입법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한 팀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지역특구법을 운용하고 있는 중기부는 규제프리존법 대안으로 지역특구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발의는 국회의원 발의 예정)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보고된 '지역특구법 전부개정안' 초안 자료에도 '국민건강, 안전, 환경보호, 규제훼손, 지역(재벌) 숙원사업 특혜 등 규제프리존법안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대체 법안을 마련·추진'이라는 개정 배경이 명시돼 있다. 규제프리존법을 대신할 '대체 법안'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 중기벤처부 관계자는 “(지역특구법 개정안을 추진하면) 규제프리존법은 (추진) 안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역특구법 개정안 초안 자료만 봐도 규제프리존법과의 동시 추진은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규제프리존법의 핵심인 의료 등 분야에서의 산업 특례가 지역특구법 개정안에서는 아예 제외됐다. 국회가 2년가량 규제프리존법을 처리하지 못한 것도 이 부분이 원인이다.
다른 중기부 관계자는 “지역특구법 개정안 초안이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면서도 지역특구법 개정안이 '대체 법안'인지 규제프리존법과 함께 추진 가능한 '보완·추가 법안'인지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했다.
혼선이 있는 것은 기재부가 국회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여당(현 자유한국당)이 추진한 규제프리존법을 정부가 포기하겠다고 하면 대체 법안으로 준비하는 지역특구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규제프리존법 논의가 이뤄지면서 이에 대한 기재부 입장도 정리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