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 위반 결정 시 행정소송도 불사한다. 분식회계, 상장 논란 등 각종 의혹에 대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준수한 적법한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회계기준 위반 의혹으로 시가총액은 하루사이 약 6조원이 빠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김태한)는 2일 대한서울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심병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으로 전환한 것에 대한 회계기준 위반 여부가 쟁점”이라면서 “오늘 금감원 조치사전통보서를 접수했으며, 금융위원회 최종 결정이 회사 입장에서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지분법 관련 회계기준 위반 여부에 대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이행한데다 다수 회계법인으로부터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은 적법한 절차였다고 주장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 회계 처리한 것은 회사 입장에서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를 시장에 판매하면서 기업가치가 올라갔다”면서 “회계법인은 바이오젠(합작사)이 가진 권리를 지분법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는데, 우리(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안 하는 게 더 좋지만 대형 회계법인 4곳과 협의해 전환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회계처리 과정에서 종속회사에서 제외했다. 합작사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서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바이오젠은 50%-1주까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더 이상 종속회사로 두기 어렵다.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
심 상무는 “콜옵션은 실질적 권리 행사도 중요하지만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으로도 지분법 전환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상장 관련 의혹도 모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삼정, 안진, 삼일 등 대형 회계법인 3곳으로부터 상장 준비 단계부터 회계처리와 재무제표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2016년 8월 공인회계사회 감리까지 받은 상황에서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금감원 질문서 송부부터 조치사전통지서 접수까지 일주일 안에 모든 것이 이뤄진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심 상무는 “지난달 27일 금감원으로부터 질문서를 송부했고, 30일 질의서 접수 후 일정조정을 요청했지만 오늘 조치사전통지서를 접수했다”면서 “이례적으로 짧은 시간에 해당 절차가 이뤄진 것 같아서 충분한 의견서 작성 시간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를 장부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잡으면서 실적으로 부풀렸다 본다. 2900억원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장부가격을 4조8000억원대 시장가격으로 바꾸면서 4년 연속 적자를 보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조9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는 주장이다. 이에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금감원은 “국회와 참여연대 등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관련 회계처리에 분식의혹을 제기해 이뤄진 것”이라면서 “특별 감리에 따른 조치사전통지서를 토대로 회사 소명 절차를 거쳐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회계 처리 기준 위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는 금감원 결정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2015년 기업공개(IPO) 이전 이뤄진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에서도 '중요성의 관점에서 회계기준에 위배된다고 인정될 만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받았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상장 과정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답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와 다시 회계 처리 변경을 문제 삼는 태도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일 종가(48만8000원) 대비 17.21% 하락한 40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32조2885억원에서 26조7306억원으로 줄었다. 하루에 6조원이 빠졌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는 미실현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고려해 회계 기준을 변경한 것을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 볼 수 있다”면서 “금융위 결정과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여부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