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학기술 투자 방향 가운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과제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소기업 연구개발(R&D) 혁신방안을 보면,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기대성과가 큰 도전과제 지원을 5%로 확대한다고 한다. 2019년 정부 R&D 투자방향에서도 연구자주도와 사람중심의 창의적 연구 환경 조성을 제시했다.
지금 정부는 연구자들에게 남이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로 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연구자가 잠시 길을 잃더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 연구자들도 작은 실패를 통과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성과에 도달할 수 있는 연구개발 내비게이션을 갖춰야 한다.
연구개발 내비게이션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내비게이션, 즉 성패 경영 방식을 만드는데 유익한 알고리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움직이는 기계의 운동을 컴퓨터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이용하는 알고리즘인 '예측-오차평가-정정-오차평가(PECE)' 순환법이 그것이다.
PECE 순환법은 먼저 미지의 영역을 예측하고 예측된 값의 오차를 평가한다. 평가된 오차가 허용 값을 벗어나면 이를 정정을 위한 추가 정보로 활용한다. 이후에 정정된 값이 허용 오차 범위 내로 들어오도록 순환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진행해 나간다. 예측 및 그에 따른 오차평가가 내비게이션을 구성하는 것이다. 예측을 많이 할수록 내비게이션 지도를 세밀하고 정확하게 구성할 수 있다.
새로움이 본질인 창의·도전 연구는 작은 실패를 피할 수 없다.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남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PECE 알고리즘에서도 허용 값을 벗어난 오차, 즉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정부정책에서도 도전 연구과제에 대해 과감한 면책제도를 도입하고, 결과 중심 평가에서 탈피해 과정 평가를 강화한다고 한다. 그동안 실패가 용인되지 않았던 국내 R&D 생태계를 감안하면 긍정적인 변화다.
이제 연구자들도 연구과정의 작은 실패 경험들을 성공으로 가기 위한 정보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솔직함을 바탕으로 실패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실패는 유익한 교훈이 될 것이다.
필자 역시 창조성을 띤 연구 성과를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것에 중점을 두다보니 때로는 좀 엉뚱해 보이는 연구제안서나 성과를 내는 부작용도 있었다. 요즘에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PECE 알고리즘을 실행하고 있다. 한 번에 완벽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보다는 일단 초안을 만들어 동료들과 공유한다. 그러면 동료들의 평가를 받고 보충 의견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몇 번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과 정정을 거치다 보면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위험이 없다면 성공도 없다는 말이 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성과 역시 반드시 실패를 거쳐야 한다. 연구과정의 작은 실패는 큰 성공을 위한 추가 정보를 획득하는 일이다. 교훈과 정보를 얻는 기회일 뿐이다. 부끄러워하거나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고 공유해야 한다. 이런 정보가 쌓여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이런 지혜로운 실패 경영이 바로 '연구성과 내비게이션'이다.
한형석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연구실장 hshan@kim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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