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LG그룹은 이날 오전 9시 52분께 구 회장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수차례 뇌수술을 받았으며, 통원 치료를 하다 최근 상태가 악화하면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LG 고위 관계자는 “고인은 1년간 투병생활을 하는 가운데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평소 밝혔다”면서 “장례도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 유지와 유족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외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기로 했고, 애도의 뜻은 마음으로 전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게 유족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은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 손자이자 구자경 LG 명예회장 장남으로 1975년 럭키(현 LG화학)에 입사한 후 43년간 LG 발전을 위해 일해 왔다. 1995년 그룹 3대 회장을 맡아, 23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LG상록재단 이사장과 LG연암문화재단 이사장, LG프로야구 구단주 등도 지냈다.
고인은 다양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핵심 사업인 전기·전자와 화학사업은 물론 통신서비스,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등 공격적 경영 행보를 거듭했다.
정도 경영, 가치창조형 일등주의, 도전주의와 시장선도 등을 경영 이념으로 삼으며 LG그룹 '기술개발력 제고'와 '세계화 추진' 등 제2 경영혁신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4조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 'LG사이언스파크'를 건립하며 LG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 연구개발(R&D) 새로운 장을 열었다.
구 회장이 타계하자 경제계 등 각계에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구 회장은 미래를 위한 도전정신으로 전자·화학·통신 산업을 육성했고, 정도경영을 통해 고객에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애도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한민국 경제의 큰 별이신 구 회장이 별세하신데 대해 경제계는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이 타계하면서 LG그룹 경영권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잡는다. 구 상무는 구 회장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장남으로, 2004년 고인 양자로 입적됐다. 구 상무는 다음달 29일 열릴 ㈜LG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후 이사회를 통해 그룹내 역할을 조정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구 상무는 그룹 지주회사인 ㈜LG 하현회 부회장을 비롯한 6명의 '전문경영인 부회장단'에게 계열사별 현장 경영을 맡기고, 자신은 큰 틀의 경영 판단과 미래 신성장사업 발굴에 주력할 전망이다. 오너가인 구본준 부회장은 전통에 따라 계열분리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식씨와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 딸 연경·연수씨가 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