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오는 7일 '신경영 선언 25주년'을 맞는다. '신경영 선언'은 초일류 기업 삼성이 되기 위해 경영 중심을 양에서 질로 바꾼 중요한 사건이다. 올해는 별 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낼 예정이다. 삼성에 대해 곱지 않은 안팎 시선을 의식한 결정이다.
4일 삼성은 7일 신경영 선언 25주년에 기념행사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앞서 3월 창립 80주년 기념일에도 별도 행사가 없었다.
신경영 선언은 1993년 6월 7일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밝힌 것으로, 글로벌 일류가 되기 위해 경영의 기준을 양에서 질로 전환하고 기존 행태를 과감하게 바꾸라는 주문이었다.
삼성 경영은 크게 달라졌다. 품질 위주 경영에 시동을 걸었고, 회사 경영부터 인재 채용 방식에 이르기까지 개혁을 시도했다. 그 결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은 '신경영 선언일'마다 기념행사를 열어 왔다. 20주년을 맞은 2013년엔 학술포럼과 축하공연 등을 열었다. 이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에는 별다른 행사가 없다. 사내방송으로 신경영 선언 기반이 된 '후쿠다 보고서' 주인공 후쿠다 다미오 전 삼성전자 고문 인터뷰를 방송하며 의미를 짚어 보고, 사내 인트라넷에 이 회장 사진과 어록을 소개하는 정도로 대체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으로 어수선하던 지난해에는 이마저도 없었다.
올해에도 삼성은 조용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7일(신경영 선언)과 관련해 별도로 계획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이 당면한 현실과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석방 뒤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삼성증권 주식 배당 사고와 직원 도덕성 해이 등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도덕성과 신뢰도는 떨어졌다. 어떤 일을 해도 외부 시선이 곱지 않다. 잃어버린 신뢰 회복이 급하다.
반도체 이후 미래 먹거리 발굴도 과제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실적 신기록을 이어 가지만 이제는 포스트 반도체를 준비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해외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최근 석방 후 세 번째 해외 출장길에 오른 것도 그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은 행사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이 부회장이 해외 사업부터 경영 행보를 시작하는 것도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