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메모리 반도체 부문으로 확전했다.
최근 중국 법원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26종에 대해 중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중국의 전략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6일부터 연간 500억달러 규모 상대국 수입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순차 부과하기로 했다. 추가 관세 부과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 이 같은 예비판정을 냈기 때문에 일종의 '압박 카드'가 분명하다.
미국 마이크론의 영업 제한은 단기로 볼 때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경쟁자 손발이 묶인 사이 우리가 기회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미국과 중국은 궁극으로 자국과 자국 기업의 이익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대결 구도에서 제3자가 이익을 보는 일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두 거대 국가의 경쟁 상황은 정상 상태에 있는 시장 구도를 깨뜨릴 수 있다. 자국 중심의 실력 행사가 확대될수록 우리나라와 같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불편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G2의 충돌 속에 글로벌 교역량 전반에 걸친 감소도 부담스럽다.
중국이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국 기술 탈취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제품 가격을 인위로 조절하려 든다면 우리에겐 최악이다. 중국은 이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자국 기술력 확대를 꾀하면서 우리와 정면 대결에 나서고 있다.
우리 기업 및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과정과 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실리를 취하면서 사태 추이를 체크해야 한다. 혹시 우리에게 부당한 불똥이 튄다면 적시에 당당하게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준비도 해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