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고령화, 저출산, 부동산...위기 때마다 5년짜리 전략을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암울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없습니다. 50년 이후 미래를 내다볼 국가 차원 전략과 투자가 절실합니다.”
이주헌 한국외대 경영학과 교수(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는 40년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서 '미래학·미래경영'을 출간한 배경을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미래학을 '가능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미래학은 최소 10년 이후를 상상하고 예측하는 것을 넘어, 선택지로 주어진 다양한 가능성을 살피며 바람직한 미래를 선택하고 창조하기 위한 학문”이라면서 “안개가 자욱한 길을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보면서 운전해 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KISDI 원장에 재임하자마자 미래한국연구실을 신설하고 '메가트렌드' 개념을 제시하는 등 미래학 전도사 역할을 자임했다. KISDI 원장 퇴임 이후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우리나라 미래 연구가 아프리카보다 못하다는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100개국, 10억 인구가 '아젠다 2063'이라는 미래 비전을 내걸고 경제, 교통, 물류, 교육 분야를 변화시키고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는 10년 후 설계도조차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워 미래학 교과서라도 쓰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가 미래연구원을 설립할 정도로 미래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서점가에서도 미래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할 정도로 일반 대중 관심은 높아졌다. 그러나 미래라는 단어가 주는 멋진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고 뜬구름 잡는 분야가 아닌 엄연한 사회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근거 없이 미래를 논하는 허무맹랑한 주장에 현혹돼선 안 된다”면서 “변변한 미래관련 국책연구기관 하나 없고 대학조차 미래를 가르치지 않는 현실 속에 청년이라도 제대로 된 미래를 공부할 수 있도록 책을 쓰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 현실에 자만하며 미래를 준비하지 않다가는 언제 또 다른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은 할 수 있지만, 혁명과 전쟁 등 돌발변수가 발생하면서 위기를 가져 온다”면서 “지도자가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가다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격변 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같은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는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교수는 “100년 전 옛날 사람이 미리 들었다면 마술처럼 들리겠지만 우리는 비행기만 타면 몇 시간 만에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다”면서 “바람직한 미래상을 찾고 그것이 실제 현실이 되도록 미래를 창조하는 게 미래학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라고 강조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