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신요금 인가·신고제를 전면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 현행 사전규제 위주 요금규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회에는 인가제 폐지를 골자로 여야 의원이 발의한 요금규제 개혁 법률(안)이 계류됐다. 세부 방법론 차이는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통신요금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데 정부와 국회, 이동통신사는 공감하고 있다.
◇사전규제 전면폐지
김 의원이 발의 예정인 개정(안) 핵심은 요금 인가·신고제 폐지다. 이는 통신요금에 대한 '사전규제' 전면 폐지를 의미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인가 절차에 2주 이상 소요되고 신고제 또한 사전 협의 명목으로 인가제처럼 운영되면서 시장경쟁이 약화되고 혁신적인 요금제 출시에 장애가 됐다는 인식이다.
'미투' 요금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통사가 요금제 출시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보 유출 논란이 빈번했다.
요금제 출시 때마나 수개월에 거쳐 개발한 혁신 요금제를 경쟁사가 일주일 이내에 베껴 출시한다는 논란이 지속됐다. 결과적으로 정부 인가제 등 요금규제가 사업자 간 경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이통요금 사전 규제가 없는 미국의 경우 T모바일이 2016년 무제한 요금제를 90달러에 출시한 이후 AT&T, 버라이즌이 경쟁적 요금 인하에 나서며 4개월 만에 동일한 요금이 75달러까지 내려갔다.
사전규제가 폐지되면 보다 많은 요금제가 시장에 출시돼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한 상품은 도태되고 이용자 요구를 만족시키는 상품만 살아남아 결과적으로 소비자 혜택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요금규제 개혁 '공감대'
김 의원(안)은 신고제 의무마저 폐지한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요금규제 개혁 방안으로 손꼽힌다. 이용약관 공개 및 변경 시 고지 의무라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만 남겼다.
김 의원은 “정부가 사전적으로 민간사업자 요금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배제해 이통사가 자율적인 혁신 요금제 경쟁을 펼치기 위해서는 신고제마저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인가·신고제가 규제 권한의 보호를 위한 불필요한 행정절차라는 인식하에 다양한 통신요금 사전규제 개혁 법률(안)이 발의됐다. 가장 강력한 규제인 '인가제' 폐지는 여야는 물론, 정부에서도 개정(안)을 발의할 만큼 공감대가 충분하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해서도 신고 의무만을 부과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법률 체계를 유지하되 가장 큰 경쟁저하 요인으로 지목된 인가제만 우선 폐지하는 게 특징이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후신고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가제와 신고제를 폐지하되 과도한 결합 등 시장 질서를 헤칠 우려가 있는 요금제에 한해 신고를 받는 형태로 견제장치를 마련했다.
옛 미래창조과학부도 20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16년 6월 '유보신고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 유보신고제는 인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요금 신고 이후 15일 이내에 반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배적 사업자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입법 성과 '과제'
후반기 국회에서는 국정감사 이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통한 개정(안)에 대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규제 당사자인 이통사는 세부(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지만 요금규제 개혁이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통해 공감대를 확인했다.
요금 인가제 폐지는 국내에서 공감대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한다.
신고제마저 폐지하자는 김 의원 주장은 다소 급진적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 등 다수 국가가 이통요금에 대한 신고제 등 사전 규제를 폐지하거나 시장 초기부터 운영하지 않고 있다.
옛 미래창조과학부가 2015년부터 요금인가제 폐지를 추진했지만 사업자와 정치권 이해관계에 밀려 지연되고 있다.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국회가 여야 의원이 제출한 요금규제 개혁 법률(안)을 논의해 실제 입법 성과로 도출하는 일이 과제로 부상했다.
인가제를 폐지할 경우 현행 사후규제 관련 법률로 실질적 이용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보완하는 일은 과제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시장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이익 저해를 금지 행위로 규정, 사후적으로 개입해 제재하거나 시정할 근거를 갖추고 있지만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일은 과제로 지목됐다.
국회 관계자는 “인가제를 폐지하되 이용자 후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일부 남을 수 있다”면서 “사후규제 절차와 범위 등을 고시 또는 시행령 등으로 세분화해 규정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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