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이 유료방송 사업자와 셋톱박스 제조사에 시스템온칩(SoC) 채택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 계약에 근거가 없는 유지보수 비용까지 거론하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셋톱박스 제조사는 브로드컴이 시장 독점 지배력을 앞세운 불공정 거래 행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부당 행위뿐만 아니라 경영 간섭도 서슴지 않았다. 브로드컴은 유료방송 사업자에 셋톱박스 입찰을 유찰시키라고 지시할 정도로 막무가내도 자행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가 사실 관계 확인에 착수하자 유료방송 사업자와 셋톱박스 제조사는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었다. 마치 강 건너 불 구경 하는 듯하다. 글로벌 기업 브로드컴에 맞서는 데 부담감이 상당해 보인다.
브로드컴 요구가 부당하지만 브로드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입은 있어도 할 말을 하지 못한다는 눈짓으로 하소연하는 듯하다. 눈 밖에 나는 순간 유료방송 사업자도, 셋톱박스 제조사도 비즈니스 차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가 당장 구체화된 게 아닌 만큼 관망하겠다는 자세다. 일각에선 절대로 브로드컴 타깃은 되지 않기 위해 함구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같은 태도는 자칫 '호갱(호구+고객)'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것 아닌가 여겨진다.
이번 기회에 브로드컴 부당 요구를 바로잡지 못하면 유료방송 사업자와 셋톱박스 제조사에 대한 브로드컴 압박 범위와 수위는 이전보다 넓어지고 높아질 거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셋톱박스 제조사가 글로벌 기업 브로드컴과 정면대결하기는 쉽지 않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셋톱박스 제조사가 하나 하나 약하지만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미약해도 뭉치면 브로드컴도 함부로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진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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