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시작되는 겨울 초입에 들어섰지만 매일같이 그날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아침 일과가 됐다. 그만큼 미세먼지는 이제 봄철 잠깐의 문제가 아닌 사계절 위협 요소로 자리 잡았다. 국가 차원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발생하는 원인과 중국에서 발생하는 원인이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비상 저감조치 발동 등 적극적인 조치도 시민들 체감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경우 미세먼지와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발전소와 항구, 공항, 공장 등 대부분이 수도권과 인접한 위치에 밀집해있다. 대기 중 먼지농도가 ㎥당 150㎍ 이상이면 미세먼지 경보를 알리는데, 가장 엄격한 환경기준에 따라 관리되는 발전소에서도 굴뚝에서 배출되는 먼지 농도는 ㎥당 3000㎍ 이상 수준으로 경보단계 대기농도에 비해 무려 20배나 높다. 이는 발전소나 공장 같은 오염원에서 배출되는 먼지농도가 일반 공기에 비해 수십배 이상이라는 의미며,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포함하면 일반 공기의 수백배 이상 높게 배출된다. 전국에서, 특히 수도권에 밀집한 산업단지와 발전소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다량 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자하고 석탄을 사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탈석탄'을 이루더라도 한계는 존재한다. 대체 기술인 LNG 발전에서도 초미세 응축성 먼지를 포함한 질소산화물 등 원인물질은 여전히 배출되며 발전소보다 배출량이 많은 공장 배출은 대체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입자에어로졸공학 관점에서 이 같은 원인물질들은 중국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과 반응해 대기 내 먼지입자 발생을 배가시킨다. 또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하강 기류가 정체하면서 먼지도 함께 대기에 머물러있게 된다. 결국 도시를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곳에서부터 멀리 옮긴다거나 바람의 방향을 반대로 돌릴 수 없다면 한국이든 중국이든 발생원의 원천요소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원인규명, 예측과 예보,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영향, 생활환경 대책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는 저감장치 분야에서는 경유 자동차 분야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미진한 실정이다.
자동차에 비해 배출량이 많은 발전소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 선박, 항공 등 산업체 분야에서는 미세먼지 저감기술 관련 연구나 기술 보급적용이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연구자들이 미세먼지 저감장치 관련 기술을 충분히 확보하고도 현장에 실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마주한다. 생산성과 수익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산업체들은 국내 실정에 맞는 새롭게 개발된 국산 기술을 실증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보다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이미 검증된 장치들을 선호한다. 또 생산성과 크게 관련이 없는 환경설비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환점 마련을 위해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실증 연구와 동시에 이보다 더욱 중요한 보급, 관리가 필요하다. 연구개발에만 머물고, 결과가 보급되거나 유지, 관리되지 않으면 대기 중 미세먼지는 줄어들지 않는다. 더불어 이런 보급 활성화 노력을 통해 국내에 미세먼지 저감장치 제조 산업 시장이 새롭게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대기 방출 미세먼지 오염원을 확실하게 저감하고 유지관리 하는 것은 미세먼지 예측과 예보, 마스크 착용이나 공기청정기 사용 같은 생활 대책에 드는 노력도 그만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맑은 공기를 되찾는 일과 새로운 산업을 열어가는 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김용진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시스템연구본부 책임연구원 yjkim@kim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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