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ASML, 도쿄일렉트론(TEL) 등 주요 외산 반도체 장비업체 1분기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와 함께 주요 고객사인 국내 반도체 업체 투자가 줄어든 것이 큰 요인이다. 국내 장비업체는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램리서치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5억6552만달러(약 655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억2751만달러(9587억원)보다 31.6%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8.6%에서 23.2%로 5%포인트(P)가량 감소했다.
일본 장비업체 TEL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이 회사 1분기 영업이익은 764억엔(약 79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997억엔(1조347억원)보다 23.3% 감소했다. TEL은 올해 불황이 이어져서 올해(회계기준 2020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00억엔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외에 네덜란드 노광장비 업체 ASML 영업이익은 40% 이상 감소했고 지난 2월 2018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분기 실적을 발표한 업계 1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실적도 전년 동기보다 40%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서는 해외 장비업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0%만 감소해도 '다행'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 투자 축소 등을 통해 글로벌 메모리 수요 부진 대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산 장비업체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투자 위축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분기 '반도체 디바이스나 전자집적회로 제조용 기계와 기기(HS코드:8486 20)' 수입액은 13억7800만달러로, 전년동기(46억2900만달러)보다 70%나 급감했다. 양사가 올해 설비 투자를 대폭 줄인 것이 주된 요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산 반도체 장비업체 매출 40%가량이 한국에서 나오는데 상반기 SK하이닉스 외에는 설비 투자하는 기업이 거의 없어 장비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장비를 많이 사들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질적 투자는 이뤄지지 않아 사정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글로벌 장비기업 사정은 나은 편이다. 각자 차별화한 기술로 20%대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고 전체 공정 라인에서 대부분의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은 국내 업체들은 올해 수요 부진을 버텨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내 장비업체 관계자는 “외산 업체들에 비해 기술력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D램, 낸드플래시 회복세 얘기가 나오고 있다지만 아직 체감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당장 하반기에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