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르 베닝크 ASML CEO "최근 반도체 시장, '나쁜' 상황이 아니다'

페터르 베닝크 ASML CEO가 한양대학교 행당캠퍼스에서 열린 강연에서 혁신은 협력이다(Innovation is Collaboration)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페터르 베닝크 ASML CEO가 한양대학교 행당캠퍼스에서 열린 강연에서 혁신은 협력이다(Innovation is Collaboration)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페터르 베닝크 ASML CEO가 21일 한양대학교 행당캠퍼스에서 학생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페터르 베닝크 ASML CEO가 21일 한양대학교 행당캠퍼스에서 학생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반도체 시황은 낙담할 상황이 아니라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D램 수요 부진과 함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보통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 극자외선(EUV)을 활용한 반도체 공정 기술이 향후 수십년간 칩 미세화를 이끌 기술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를 만나 EUV 도입 현황을 논의했다.

21일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반도체 시황이 '평소의 상황(normal situation)'일 뿐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지만 반도체 슈퍼 사이클 기간과 비교했을 때 나타난 기저효과일 뿐 과거와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베닝크 CEO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소자 업체들이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고 이들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을 뿐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메모리 가격은 과거처럼 평소 가격, 평소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소자 회사 실적이 나빠졌다고 말하는 이유는 지난해 실적이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ASML은 네덜란드에서 반도체 필수 공정인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노광 공정은 웨이퍼 위에 특정 광원을 쏘아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작업이다.

반도체 미세화로 기존 광원으로는 패턴 회로를 정교하게 그릴 수 없었는데 대안으로 고안된 것이 EUV 공정이다. 기존 광원(불화아르곤)보다 파장 길이가 14분의 1에 불과하다. ASML은 이 장비를 독점 생산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한다. 장비 한 대를 운송하는 데만 보잉 747 비행기 세 대를 동원해야 할 만큼 많은 장치들이 들어가고 값은 15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페터르 베닝크 ASML CEO는 EUV 공정이 2030년 이후 반도체 핵심 공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SML은 20년간 100억유로 이상 연구비용을 투자해 EUV 장비를 개발했다”며 “칩 미세화에 대한 소비자 갈망,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의 밀도가 2년마다 두 배 늘어난다는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며 EUV 기술이 이 칩을 생산하는 최적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닝크 CEO는 이날 한양대 행당캠퍼스를 방문해 학생들과 만났다. ASML CEO로서 처음으로 한국 대학생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그는 한양대학교 EUV 연구 시설을 둘러보고 '혁신은 협력이다(Innovation is Collaboration)'이라는 강연 주제로 '오픈 이노베이션'과 협력을 강조한 강의를 했다.

그는 “ASML이 EUV 장비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와 협력사 간 '믿음' 때문이었는데 이는 회사 능력, 투명성, 신뢰도를 키우고 사욕을 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ASML 혼자서는 첨단 장비 구현이 불가능했다”며 “네덜란드에서는 협력사 간 서로 돕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EUV 장비 현황과 최근 심화한 미중 무역분쟁 등 지정학 이슈에 대해 고객사 최고위층과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방문 후 중국에서 남은 아시아 일정을 소화한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