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넷플릭스 불공정약관 유지···책임전가 전략 지적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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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이용약관에 서비스 유지 및 품질 관련 책임이 없다고 명시하고 이용자에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도록 유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유료회원 기반 서비스지만 자사 귀책사유에 대해서도 면책조항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궁극적으로 가입자 증가에 따른 서비스 품질 저하 책임을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에 떠넘기려는 전략에 이용자를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넷플릭스 이용약관, 약관법 위반 가능성 커

넷플릭스 이용약관 '보증 및 책임의 제한' 조항을 분석한 결과 약관법 제6조, 제7조, 제10조에 위배되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이용약관에 “서비스가 있는 그대로 어떤 보증이나 조건 없이 제공된다”면서 “넷플릭스 서비스가 중단이나 오류 없이 제공된다고 보증하지 않는다”고 기술했다.

사업자 내부 의사결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내용을 변경하거나, 임의적 판단에 따라 서비스 중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약관법 제10조 위반 가능성이 있다.

실제 공정위는 이와 유사한 2007년 제일스포츠센터 '제일컨트리클럽 회원회칙'과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 이용약관'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제일스포츠센터는 “기타 회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그라비티는 “회사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사유에 의해”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넷플릭스가 “회원은 넷플릭스를 상대로 모든 특별배상, 간접 배상, 2차 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포기한다”고 명시한 부분은 약관법 제6조와 제7조에 따라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 고의 또는 과실을 고려하지 않고 책임을 부당하게 배제·제한하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보증 및 책임의 제한' 조항 말미에 “회원의 거주 국가 법률에 따라 인정되는 비면책 보증 조건이나 소비자 보호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썼지만 앞부분에선 서비스 보증이나 사업자 배상책임을 단정적으로 배제해 모순이 있다.

법률 전문가는 “넷플릭스가 논리적 모순이 있는 이용약관을 구성해 이용자가 약관을 이해하는데 혼란을 줬다고 볼 수 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법령에 따라 사업자 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규정하라는 시정권고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품질 문제 “ISP에 책임전가 노림수”

넷플릭스가 서비스 유지 및 품질 관련 책임이 자사에 없다고 명시한 것은 특히 동영상 서비스에서 중요한 '전송품질 책임' 문제와 정면충돌한다.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특성상 전송 품질이 화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만약 넷플릭스 이용약관 대로라면 인터넷 전송 품질 저하로 화질이 떨어지거나 영상이 끊기는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ISP에 전가할 수 있게 된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증가 또는 일시적 이용자 폭증으로 발생하는 불편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용약관상 의무가 없기에 ISP 사업자와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올해 국내 넷플릭스 순 이용자가 큰 폭으로 증가,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서비스 품질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서비스 품질 책임을 ISP에 전가하고 있다.

해결책은 캐시서버를 포함한 망 이용대가 협상이다. 넷플릭스는 미국 컴캐스트, 프랑스 오렌지 등 ISP 사업자가 트래픽 과다 문제를 제기하자 망 이용대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협상에 소극적인 건 재무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즈니, 애플, 워너미디어 등이 OTT 시장에 진출하면서 콘텐츠 투자 부담이 가중됐다. 망 이용대가 등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1분기 말 기준 장기부채는 103억달러(약 12조2424억원)로 2017년 말 대비 58.5% 늘었다. 4월에도 콘텐츠 투자를 위해 20억달러(약 2조3760억원) 채권을 추가 발행했다.

◇불공정 약관 적극 개선해야

넷플릭스 불공정 약관은 국내 법률을 적용해 바로잡을 수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이용약관을 개정하면서 준거법을 '네덜란드 법률'에서 '대한민국 법률'로 바꿨다. 준거법 변경으로 규제기관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법률 전문가 “넷플릭스가 약관을 개정하면서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률로 바꿨기 때문에 국내 법 적용이 명시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약관법은 물론,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넷플릭스 불공정약관에 대한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도 전기통신사업자 업무 처리절차가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