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페이스북이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이 7월 25일로 확정됐다. 1년 2개월 동안 지속된 규제 기관과 글로벌 기업 간 소송 결과에 방송통신사업자는 물론 세계 규제 기관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페이스북 아일랜드리미티드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의 소' 최종 심리를 마치고 양측에 판결 일정을 통보했다.
1년 이상 진행한 소송전의 최종 변론 핵심 쟁점은 '이용자 피해' 여부로 좁혀졌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인터넷트래픽 접속 경로를 변경, 동영상 등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속도가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이용자 민원과 데이터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고의로 이용자가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유발, 과징금 처분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역설했다.
방통위가 승소할 경우 규제 정당성을 확보, 글로벌 기업에 유사 논리를 바탕으로 제재할 수 있는 준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패소할 경우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법률의 미비점을 보완, 글로벌 기업의 역차별 행위 해소 규제 실효성을 갖추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접속 경로 변경은 네트워크 비용 절감 등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이용자 피해를 유발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술 분석 결과 속도 저하가 일부 발생한 것은 인정하더라도 서비스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현저한 수준이 아니었으므로, 징계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페이스북은 승소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유사한 제재가 확산되지 않도록 확실한 선례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소송 결과는 글로벌 방송통신 기업과 규제 기관 간 법정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소송 가액은 3억9600만원으로 소액이지만 양측은 규제는 물론 사업 전략 관련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승소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여섯 차례 심리를 진행하는 동안 양측은 30여 차례에 거쳐 방대한 자료를 제출하며 공방을 벌였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글로벌 통신 전문가 논문 등을 총동원해 이용자 피해의 심각성 여부를 입증하려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이 어떻게 나더라도 양측 분위기를 볼 때 대법원 판결까지 갈 수밖에 없는 소송전”이라고 전망했다.
승패와 별개로 페이스북과 방통위 소송은 글로벌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과 규제 정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방통위의 페이스북 제재로 글로벌 기업의 국내 규제 회피에 따른 역차별 문제가 쟁점화됐고, 입법 논의로 이어졌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해외 사업자에게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 해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적용한다'는 규정이 명문화되는 등 규제 근거가 마련됐다.
소송은 페이스북이 지난해 5월 13일 서울행정법원에 방통위의 3억9600만원 과징금과 관련 사실의 홈페이지 게재 등 행정 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표]페이스북vs방송통신위원회 소송 쟁점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