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산 장비업체 영업이익 줄줄이 두자릿수 하락 왜?

[이슈분석] 국산 장비업체 영업이익 줄줄이 두자릿수 하락 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9년 상반기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기업 실적

# 올 상반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이 둔화하면서 투자 시장이 위축돼 국내 주요 장비기업들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가 꾸준히 메모리반도체 설비를 투자하면서 세메스, 원익IPS, 테스 등 관련 주요 장비기업이 꾸준히 견실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반도체 투자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메모리 가격이 하락해 업황까지 나빠지면서 출구 없는 하락을 겪었다. 디스플레이 사업 비중이 큰 장비 기업들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어려움이 지속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A3에 대규모 투자하면서 급격하게 덩치를 키우면서 주목받은 기업들도 하락세가 컸다. 톱텍과 아이씨디는 올 상반기 적자 전환했다.

◇반도체 신규 투자 감소에 장비사 '휘청'

국내 반도체 장비사들은 올 상반기 우울한 실적을 기록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신규 설비에 보수적으로 투자하면서 적잖이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 매출 1위인 세메스는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세메스는 올 상반기 45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28.6%나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 가장 비중이 높은 반도체 장비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8054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594억원으로 80.2% 줄면서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와 중국 반도체 소자 업체가 주요 고객사인 한미반도체도 지난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14억1000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작년 동기(355억6700만원)보다 실적이 98.34%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웨이퍼를 평탄하게 만드는 화학적기계연마(CMP) 장비기업 케이씨텍도 영업이익이 21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4.3% 줄었다.

이 밖에도 국내 반도체 업체에 장비를 공급하는 원익IPS, 제우스, 테스, 주성엔지니어링, 유니테스트 등 지난해까지 반도체 초호황으로 실적이 덩달아 오른 장비 업체 실적이 많게는 70% 이상 감소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사이클이 한풀 꺾이면서 실적 악화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국제 정세 악화와 느린 D램 시장 회복세 등으로 냉혹한 보릿고개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비 업계 관계자들은 잇달은 실적 악화의 주요한 이유로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중국 업체들의 장비 수요가 끊기면서 후공정 위주인 국내 장비 업체 사정이 더욱 나빠졌다고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 굴기 제재로 YMTC, 푸젠진화, 이노트론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칩을 양산하려고 했다가 중단했다”며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도 장비 납품이 힘들어지면서 후공정 장비들은 아예 보류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D램, 낸드플래시 시장 수요도 문제다. 국내 장비 업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소자 제조 대기업에서 대부분 매출이 발생한다. D램 수요 마비로 두 업체가 고전하자 거래선이 제한된 장비 업체들에게 더욱 큰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세메스는 대부분 장비를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매출이 한 곳에 집중된 만큼 삼성전자 설비 투자 방향과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기업도 있다. 에스티아이는 올 상반기 130억원 영업이익을 거두며 3% 성장했다. 이 회사는 중앙화학약품 공급장치(CCSS)가 주력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독점하다시피 공급한다.

에스티아이 관계자는 “CCSS는 팹에 본격적으로 장비를 들여놓기 전 설치하는 설비”라며 “삼성전자가 화성 극자외선(EUV) 라인을 조성하면서 에스티아이 제품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中 디스플레이 투자로 버티지만…여전한 보릿고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투자가 위축돼 지난해 어려움을 겪은 디스플레이 장비기업은 올 상반기에도 이렇다 할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하고 실적 난조를 겪었다. 다행히 2분기부터 중국에서 잇달아 굵직한 투자가 발생해 하반기 성장 기회를 찾았지만 상반기는 부진한 성적에 그쳤다.

올 상반기 실적 1위를 기록한 탑엔지니어링은 자회사인 카메라 모듈기업 파워로직스 성장에 힘입어 실적이 증가했다. 매출 6681억원, 영업이익 86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49.1%, 48.2% 성장했다. 파워로직스는 상반기 매출 5605억원, 영업이익 30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64%, 258.1% 성장했다. 탑엔지니어링 별도 실적은 감소했지만 자회사의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전체 실적이 개선됐다.

에스에프에이는 2분기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용 클린 물류설비와 공정장비 수주가 활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하락폭을 줄였다. 연결기준 매출 6680억원으로 매출이 14.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92억원으로 20.2% 줄었다.

세메스는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이 올 상반기 40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766억원보다 47.2% 줄었다. 액정표시장치(LCD) 장비 위주로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데 LCD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세메스의 장비 공급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메스는 디스플레이 장비사업을 일부만 남기고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지속 검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투자가 감소해 어려움을 겪은 AP시스템은 중국 수출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황이 침체하고 국내 투자 기회가 사라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매출 2319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30.2%, 28.9% 감소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영업하면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디엠에스도 올 상반기 실적 하락을 겪었다. 매출 963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으로 각각 34.8%, 22.2% 감소했지만 다른 장비사 대비 하락폭이 크진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서 단기에 급성장했던 장비사들은 지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미네이션 장비를 공급하며 주목받은 톱텍은 지난해 상반기 14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43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원익IPS와 일본 도쿄일렉트론을 제치고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용 건식 식각장비를 대량 납품해 성장했던 아이씨디는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226억원에서 올해 32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458억원으로 64.8% 감소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 핵심 협력사인 동아엘텍과 아바코는 영업이익이 각각 75.8%, 127% 성장해 눈길을 끌었다.

디스플레이 검사장비를 공급하는 동아엘텍은 중소형 디스플레이용 증착기를 공급하는 자회사 선익시스템 실적이 악화됐지만 75인치 이상 LCD용 검사장비와 중소형 OLED용 인라인 검사장비를 중국에 납품하면서 실적이 성장했다. 중국에서 패널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고성능 검사장비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아바코는 주요 매출군인 스퍼터 장비의 중국 수출이 증가해 실적이 개선됐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