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저조한 실적에 그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은 중국 시장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도체는 중국 수요 개선에 따른 국내외 기업의 D램과 낸드플래시 추가 투자, 디스플레이는 국내 기업의 OLED 전환 투자와 중국의 OLED 신규 투자가 성장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계는 올해만 잘 넘기면 답답했던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 IT 기기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반도체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장비 업계는 올 하반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소자 업체들이 설비 투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속 내려가고 있는데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불거진 일본 수출 규제도 투자를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도 시설 투자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두 업체는 감산, 생산라인 전환 등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기존 라인에서 유지보수를 위한 장비들이 소량 납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장비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 신규 팹인 평택 P2 2층에 장비가 들어가는 시점은 내년이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올 3분기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장비 업계에도 서서히 훈풍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설비 투자가 전면 중단되다시피 한 중국 수요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특히 화웨이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 회사가 5G 스마트폰과 폴더블폰 출시 등으로 내수 시장을 공략하면서 중국 반도체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어 3분기 매출 증대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요가 안정세에 들어서면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설비 투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장비 업체 대표는 “올 3분기 바닥을 찍고 점진적으로 실적이 회복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그간 지연된 설비 투자 프로젝트가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국 팹 증설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또 “미국 IT 업체들의 모바일 기기 출시도 기대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은 지난 2분기부터 시작한 중국 패널 제조사의 OLED 설비 투자가 하반기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분기 HKC 등이 LCD 설비 투자 집행을 시작했고 BOE, 고비전옥스(GVO), 트룰리 등이 6세대 중소형 OLED 설비에 투자하면서 다수 국내 장비기업이 사업 참여를 확정했다. 하반기부터 장비 납품을 시작하면 실적에 반영되므로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사업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현재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중국이 10.5세대 초대형 LCD 라인을 가동하면서 LCD 패널 가격이 지속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황은 침체했지만 중국이 여전히 공격적으로 중소형 OLED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국내 장비기업이 계속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6세대 플렉시블 OLED 가동률이 떨어져 투자가 중단되다시피 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8세대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에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QD-OLED 투자를 공식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 파일럿 라인에 사용될 장비들이 국내외에서 제작되고 있는 등 QD-OLED 투자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신호가 업계 곳곳에서 파악돼 기대감이 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라인은 기존 8세대 LCD를 생산하는 L8 라인을 전환해 조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라인을 개조·전환하는 것이어서 전체 투자금은 1조원 안팎으로 크지 않지만 향후 양산을 확정하고 정식 양산 라인을 마련할 경우 추가 투자가 필요해진다. 장비 업계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 결정 시기와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가 10.5세대 초대형 OLED 생산능력 확대를 결정한 것도 긍정적이다. 최근 기존 투자를 결정한 월 3만장 규모 외에 월 1만5000장 확장 투자를 결정했다. 2023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장비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LCD 투자는 맥이 끊겼고 중국에서도 LCD 투자는 거의 끝물”이라며 “중국의 중소형 OLED 투자는 오는 2023년이면 거의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서 업체마다 사업 수주를 최대화하는 동시에 이차전지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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