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국회에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부당한 망 이용 조건 요구를 제도적으로 금지해 달라고 건의했다.
통신사의 이같은 행보는 글로벌 CP와 망 이용대가 협상이 시장 원리에 입각한 자율적·합리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국회가 입법으로 공정 계약이 가능하도록 해 달라는 취지다. 통신사의 구체적 정책 건의 내용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사로부터 제출받은 '글로벌 CP 망 이용대가 관련 입장 및 건의 사항'에 따르면 통신사 핵심 요구 사항은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규제 대상에 CP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법률 개정으로 부가통신사가 시장에서의 우월한지위를 이용해 통신사에 공짜 망 이용대가와 같이 부당한 차별성 계약 조건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제해 달라는 것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50조(금지행위) 시행령은 '기간통신사'에 대해 '부가통신사'(CP)에 통신설비 이용에 불합리하거나 차별 조건을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규제하지 않는다.
부가통신사에도 부당한 조건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할 경우 망 이용대가 불공정 거래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고 법률 위반에 대한 사후 규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사는 글로벌 CP가 국내 CP보다 유사한 이용조건에서 과도하게 낮은 망 이용대가를 요구할 경우, 법률을 근거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통신사는 글로벌 CP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화도 건의했다. 개인정보보호에 한정된 국내대리인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대리인은 국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보호 책임과 더불어 망 이용대가 협상도 수행하는 역할이다.
글로벌 CP에 대한 국내대리인 제도가 도입되면 망 이용대가 협상은 물론 글로벌 CP 서비스 이용자 피해 발생에 따른 책임도 물을 수 있게 된다.
글로벌 CP가 최소한의 서비스 품질 보장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도 요구했다.
CP는 라우팅(데이터전송장비) 조작과 데이터 전송 경로 변경 등 통신 품질을 임의대로 제어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이 페이스북 사태로 드러났다.
기술적 조치가 의무화되면 CP에 최소한의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 이용자가 콘텐츠를 안정적이고 차별없이 제공 받을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보다 앞서 국회가 망 이용대가 공정성 입법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통신사의 건의 내용은 향후 제도 개선 과정에서 중요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계기로 망 이용대가 실태 조사 도입 등 법률 개정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국회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실태 조사 법률 등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통신사 건의를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표〉통신사 망이용대가 제도개선 관련 주요 건의 내용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