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주요 국가 제 4이통 활성화···5G 투자 확대·통신비 인하 카드

라쿠텐-디시-CBN 5G 투자 계획
주파수 할당부터 번호이동까지
총무성-FCC 등 정부 차원 지원
한국 이통시장-정책 자극제 주목

[이슈분석]주요 국가 제 4이통 활성화···5G 투자 확대·통신비 인하 카드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제4 이동통신 사업자가 잇따라 등장,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제4 이통 사업자가 혁신 기술과 파격 서비스를 앞세워 도전을 선언하자, 세계 각국 정부는 주파수 할당과 로밍, e심 활성화 정책으로 제4 이통 시장 안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제4 이통은 통신비 인하와 이용자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 수단이었지만 국가 차원 5G 인프라 확산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제4 이동통신 추진이 2016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주요 국가의 제4 이통 활성화가 국내 이통 시장과 정책에도 자극제가 될지 주목된다.

◇日, 주파수 등 지속 지원

라쿠텐은 2026년까지 6000억엔(약 6조6000억원)을 투자해 백본망과 4G·5G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라쿠텐은 2018년 일본시장 전체 가입자 1%(약 150만명)를 차지한 1위 알뜰폰 사업자다. 통신에서 충분한 노하우를 습득했다고 판단, 통신과 유통 인프라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라쿠텐은 혁신 기술 측면에서 세계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라쿠텐은 3G를 건너뛰고 이동통신 코어네트워크와 LTE, 5G 망을 구축한다. 노키아와 협력해 세계 최초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크 플랫폼을 적용, 비용 효율과 개방성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목표다.

클라우드·가상화 기술을 적용하면 하나의 서버에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거나 반대로 다수 서버를 단일한 서버처럼 운용해 용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일본에선 6000억엔이 적은 투자비용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라쿠텐은 전자상거래 등 클라우드 운용 경험이 충분하다며 성공을 자신했다.

개방형 클라우드 네트워크 플랫폼과 관련, 미국 제4 이통 디시네트워크가 유사한 방식을 채택했다. 미국 정부도 화웨이 등 외산 네트워크장비 의존성을 벗어나야 한다며 지지 입장을 표시했다.

일본 이통 규제기관인 총무성은 미래투자전략 2018에 따라 5G 활성화를 추진하며 라쿠텐을 지원했다. 2018년 4월 라쿠텐에 1.7㎓ 대역 LTE 주파수를 할당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8㎓와 27㎓ 대역을 할당하며 지원을 강화했다. 총무성은 라쿠텐이 자체 인프라 구축에 노력할 것을 인가조건으로 내걸면서도 2026년까지 KDDI 망을 빌려쓰도록 허용했다.

◇美, 파격적 지원

미국 제4 이통 디시네크워크(이하 디시)는 2023년까지 5G 기지국 3만개 이상을 구축, 국민 70%가 활용 가능한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디시는 위성방송·사물인터넷(IoT) 사업자였지만, 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 흐름을 타고, 지난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DOJ)로부터 제4 이통 사업권을 얻는데 성공했다.

디시의 제4 이통 진출 사례는 제4 이통 안착을 위한 정부 지원방안과 관련, 세계 시장에 시사점을 던졌다.

미국은 디시의 시장 안착을 위해 양질 주파수와 기존 사업자 로밍을 기본으로 지원했다. 미국 정부는 T모바일 합병법인에 기존 스프린트가 보유한 800㎒ LTE 주파수 대역 일부를 디시에 양도하도록 했다. 디시가 자체 네트워크 기반을 갖출 때까지 T모바일의 네트워크에 7년간 접근권한을 보장했다.

미국 정부는 스프린트가 T모바일에 흡수된 이후 가입자 970만명을 보유한 부스트모바일을 비롯해 버진모바일, 스프린트 프리페이드 등 선불 알뜰폰을 디시에 매각하도록 지시했다. 디시가 직접적으로 초기 가입자 기반을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조치였다.

법무부는 T모바일과 디시에 e심 활성화를 준수하는 조건도 부과했다. e심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범용가입자인식 모듈(USIM)으로, 이용자가 번거롭게 유통점을 방문할 필요없이 원격으로 이통사 전환이 가능하게 해준다. T모바일과 기존 알뜰폰 가입자가 저렴한 요금에 동일 품질의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디시로 번호이동을 활성화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미국은 기존 이통시장 3위 T모바일의 스프린트 인수를 허용했지만 시장 구조상 4개 이통사가 존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판단 아래 새로운 경쟁자를 통해 시장 경쟁을 자극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분석이다.

◇中, 정부가 개입

중국 제4 이통 차이나 브로드캐스팅 네트워크(CBN)는 중국 중신그룹, 알리바바와 제휴를 선언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의 5G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CBN은 베이징을 포함한 16개 도시에서 5G 4.9㎓ 대역을 활용해 서비스를 시작한다.

중국은 제4 이통 출발선에서부터 정부가 개입했다. CBN은 중국 방송·미디어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광전총국이 운영하는 국영기업이다. CBN의 제4이통 진출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기존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 등 이통사 중심에서 방송사의 5G 혁신 기술 적용, 시장진입 등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무적 능력을 갖춘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제4 이통 도전은 번번이 좌절됐다. 옛 미래창조과학부가 2015년 마지막 제4 이통 사업권을 공모하며 △2.5㎓·2.6㎓ 대역을 절반 이하 저렴한 가격에 우선 할당 △기존 이통사 로밍 제공 의무화 △상호접속료 차등 정책을 제안했지만 적합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사업자가 없었다.

주요 국가의 제4 이통사가 내건 혁신기술과 정부 지원정책은 우리나라의 제4 이통 재도전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인가 조건에는 5G 인프라 구축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제4 이통은 통신시장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 혁신을 촉발하기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통신 전문가는 “미국과 일본 사례의 경우 여전히 가장 중요한 제4 이통 허가 요건은 재무 능력임은 분명하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재무 능력을 갖춘 사업자가 나타난다면 미국사례를 참고해 파격적인 지원책으로 경쟁 활성화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