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나노 파운드리 투자 '시동'…TSMC와 초미세공정 본격 경쟁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에 있는 EUV 전용 공장인 V1 전경(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에 있는 EUV 전용 공장인 V1 전경(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5나노(㎚) 파운드리 라인 투자에 착수했다. 지난해 5나노 공정 기술을 개발한 지 1년 만이다. 5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에 나선 기업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뿐이다. 파운드리업계 1위인 TSMC와 삼성전자 간 초미세공정 경쟁도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도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천명한 삼성전자의 전략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나노 파운드리 라인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장비업체들에 설비 발주가 이뤄졌으며, 화성사업장 내 파운드리 전용 공장인 'V1'에 5나노 라인이 갖춰질 계획이다.

반도체 라인은 대체로 장비 입고부터 설치까지 2~3개월이 걸린다. 현재 설비 발주가 시작됐고 일부 유틸리티 장비는 설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라인 완공 시점은 6월 말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인 구축 후에는 시험 평가와 수율 개선 등 안정화가 필요해 5나노 라인 본격 가동 시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5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극자외선(EUV) 기술을 기반으로 한 5나노 공정 기술을 활용하면 7나노 공정 대비 로직 면적이 25% 줄어든다. 전력 효율은 20% 향상돼 전보다 크기는 더 작으면서 성능이 우수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공정 개발에 성공한 지 1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5나노 반도체 생산을 삼성에 맡기려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은 최근 퀄컴으로부터 5나노 모뎀칩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의 신형 모뎀 'X60' 칩이 삼성의 5나노 파운드리 라인에서 양산될 예정이다.

퀄컴 모뎀 칩 X60. <사진=퀄컴>
퀄컴 모뎀 칩 X60. <사진=퀄컴>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고 있다. 삼성은 연간 70조원으로 추산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후발 주자였지만 적극 투자와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2017년부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TSMC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10%대 후반이다.

TSMC는 올 상반기 5나노 양산이 예정돼 이제 설비 구축을 시작한 삼성보다 한발 앞서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가운데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TSMC와 삼성전자뿐인 만큼 삼성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3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첫 경영 행보로 화성사업장 내에 있는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3나노 공정 기술을 보고받고 DS부문 사장단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라인 투자는 2021년 시작돼 2022년 본격 양산이 예상된다. TSMC 역시 2022년 3나노 양산이 목표다. TSMC와 삼성의 초미세 공정 경쟁은 올해를 기점으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5나노 파운드리 설비 투자와 관련해 “5나노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 삼성전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