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업체 세메스가 5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반도체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 위축에도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핵심 식각 장비 국산화로 올해 매출도 견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세메스는 지난해 매출 1조1300억원, 영업이익은 3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보다 각각 40%, 77.6%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세메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하다가 4분기 실적이 급상승하며 한 분기만에 극적 전환을 이끌었다.
회사의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매출 5800억원, 영업손실 534억원이었다. 그러다 4분기 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 흑자와 '매출 1조 클럽'을 달성했다. 2015년부터 이어온 1조원 대 매출 기록도 이어갔다.
세메스는 지난해 전방 산업이 악화됐다. 2017년부터 이어진 메모리 초호황이 끝나면서 메모리 제품 가격 하락과 수요 급감이 일어났다.
이에 반도체 소자 업체의 설비 투자가 줄었다. 세메스도 이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한 배경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작년 하반기 들어 낸드플래시 신규 공장인 시안 2공장, D램 공장인 평택 2공장 등에 투자를 재개하면서 세메스도 극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핵심 전(前)공정 장비 국산화가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메스는 지난해 시안 공장에 새롭게 개발한 콘택트 공정용 낸드 장비를 납품했다.
이 장비는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주도하는 분야다. 모회사 삼성전자와의 협력으로 국산화에 성공해 납품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 “TEL과 경쟁할 정도의 상당 물량을 시안 공장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반도체 시장은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메모리 시장은 아직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세메스가 국산 장비 업체 매출 1위 기업으로서 올해도 순항하고 국산화 첨병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 따르면 세메스는 올해 호황이었던 2018년에 버금가는 1조8000억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대로 부품 수급 문제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기 요인을 걷어내면 올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