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서 반복된 불공정 발주 관행을 차단하는 입법 장치가 마련됐다. 앞으로 공공 SW 사업 발주자는 표준계약서 도입 등 요구 사항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금융거래 등 본인인증 절차에서 공인인증서가 아닌 다른 인증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우리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기업(CP)에도 국내 이용자 보호 의무가 부여됐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계의 해묵은 현안 법안이 20일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대거 처리됐다. 이날 국회는 20대 국회 제378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SW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지난 수년 동안 관련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오가며 계류 상태에 머무르다 꾸준한 산업계 요구에 힘입어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극적으로 결실을 맺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를 산업과 기술 발전에 맞춰 재정비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활성화를 앞당길 제도 기반의 한 축을 다졌다.
SW진흥법은 2000년 제정 후 20년 만의 전면 손질이다. 불명확한 발주기관 요구사항, 사업 적정대가 미지급 등 공공 SW 사업에서 끊이지 않던 불공정 이슈에 대한 해소 효과가 기대된다. SW 지식재산권 보호 조항 신설, SW교육·안전 분야 신설, SW 융합 촉진과 SW 안전 확보 조항이 새로 도입된 것도 긍정적이다.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공인전자서명과 그 외 전자서명을 통합, 모든 전자서명에 동등한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공인인증서가 수년 동안 독점해 온 본인인증 시장에 스마트폰·생체 인증 등 대체 기술 등장이 예고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산업과 직결된 분야여서 관심이 높다. 이미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금융사 애플리케이션(앱), 자동입출금기(ATM) 등에 다양한 생체인증 기술이 적용됐다.
글로벌 CP 역차별 문제 해소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통과하면서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도 국내 이용자 보호 의무를 갖는다. 글로벌 CP는 국내에 대리인을 지정해 이용자 보호 업무를 수행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요청 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조치 등은 시행령 등에 담길 예정이다.
산업계에 과도한 책임을 부여해 논란이 불거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n번방 재발방지법'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에 따라 1만5000여개 조치의무사업자(부가통신사업자)는 신고나 삭제 요청,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 요청 시 불법 촬영물 삭제와 접속 차단 및 유통 방지 의무를 지게 됐다. 1년 안에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향후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구체화될 세부 기준에 따라 인터넷업계에서 또 한 번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91년에 도입된 통신요금 인가제는 29년 만에 폐지된다. 모든 통신사는 관계 부처 신고만으로 신규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진다. 통신경쟁상황평가에 근거해 지정된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최초 신고 이후 정부가 15일 동안 심사해 이용자 피해와 시장경쟁 저해 가능성 등 문제가 발견될 경우 반려할 수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 규제를 해소해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불공정행위에 대비해 안전판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데이터·인공지능(AI) 사회 대비를 위한 국가정보화 기본법 전면개정안도 처리됐다. 법안은 지능정보기술, 지능정보서비스 등 지능정보화 관련 핵심 용어 정의와 지능정보사회 공공인프라 확충 등을 담았다. 데이터 생산·수집·유통·활용을 촉진하고 지능정보화 종합 계획 수립 및 관련 기술 고도화가 기대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공동취재 김지선·길재식·박지성·안호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