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팹리스 기업 기가디바이스가 D램 설계 투자에 나선다. 노어플래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이 주력인 이 회사는 향후 자동차, 생활가전에 쓰이는 D램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대표 반도체 설계기업 기가디바이스는 독자 기술로 D램을 개발하기 위해 43억2400만위안(약 73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투자금은 싱가포르 정부투자유한공사 등 5개 기관이 공모에 참여해 만들어졌다.
기가디바이스 관계자는 “자동차, 생활가전용으로 쓰일 수 있는 D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가디바이스는 중국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약 32억위안(약 5400억원)으로, 전년(22억위안) 대비 42.62%나 성장했다.
이 회사는 플래시 메모리 종류 중 하나인 '노어(NOR)' 플래시를 주력으로 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도 기가디바이스의 노어 플래시가 장착되기도 했다.
기가디바이스는 낸드플래시 사업도 영위한다. 지난 4월 38나노(㎚) 공정으로 양산하는 저가형 싱글레벨셀(SLC) 낸드플래시 양산 발표와 함께 24㎚ 낸드플래시 개발에도 도전한다고 밝혔다.
기가디바이스는 D램 사업 진출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중국의 D램 생산업체 허페이 창신의 D램 설계 용역을 맡고 있는 기가디바이스는, 지난해 말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자체 D램 개발과 양산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5월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R램 개발을 위해 메모리 기술 회사인 램버스와 R램 관련 특허 라이선스 협약을 맺기도 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기가디바이스의 D램 개발 움직임에 고무적인 반응이다. 중국 언론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3개 회사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향후 기가디바이스 경쟁력과 관련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했다.
중국 금융 매체 차이신은 “첫 제품을 10나노 후반대 제품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D램 내재화를 위한 움직임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최근 창신메모리(CXMT)는 세계 시장 범용 규격인 DDR4 D램 제품을 양산했다고 발표했다. CXMT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만장 수준 생산 능력을 갖춘 팹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부터 미·중 무역 분쟁으로 타격을 입은 푸젠진화도 10나노 D램 기술 개발을 위한 경력직 구인 공고를 잇달아 게재하는 등 자사 기술 확보에 고삐를 죄고 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