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차세대 반도체 공정으로 주목받는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에 박차를 가한다. 이 회사는 사내 연구 조직에 EUV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신규 D램 공장에 EUV 양산 라인을 적용하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SK그룹 차원에서 EUV 시대를 대비한 소재 분야 투자에도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초부터 회사 내 미래기술연구원 산하에 EUV TF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EUV 반도체 공정에 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해 연구한다. 반도체 EUV 장비는 웨이퍼 위에 EUV 광원으로 회로 모양을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노광' 공정에서 쓰인다.
TF에서는 EUV 노광 기술뿐만 아니라 이후 회로를 새기는 식각 공정, 광원에 회로 모양을 머금게 하는 EUV용 마스크 제조 기술 등 EUV 공정에 필요한 분야를 세밀히 나눠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F 리더는 정태우 SK하이닉스 부사장이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사장은 SK하이닉스의 첫 10나노대 D램 '아리우스' 개발 프로젝트와 차세대 낸드플래시 연구개발(R&D)에 참여한 식각 분야 전문가다. EUV 공정이 노광과 식각이 결정적으로 맞물려 있는 것을 고려한 인사라는 평가다. 정 부사장 외에 TF에는 국내 수준급 EUV 공정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EUV 생산라인 구축에도 열심이다. SK하이닉스는 본사가 위치한 이천캠퍼스에 건설 중인 신공장 M16에 EUV 전용 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EUV 공정은 2021년 차세대 1a(4세대 10나노 D램) 칩 양산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 차원에서도 EUV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외 유망 EUV 소재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 작업을 진행하면서 초미세 D램 기술 개발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EUV 광원은 기존 노광에 활용됐던 불화아르곤(ArF) 빛보다 파장이 14분의 1가량 짧아 미세한 패턴을 새길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공정으로 주목받는다.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이 일찌감치 EUV 인프라를 갖추면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하이닉스도 이들 경쟁사 못지않은 안정적인 D램용 EUV 공정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EUV 공정을 앞서 도입한 경쟁 기업들보다 관련 기술 개발 시작 시점이 늦은 건 사실이지만, 체계적인 시스템과 모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기술 확보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