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력 반도체 시장조사업체가 내년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움츠러들었던 정보기술(IT) 수요가 늘면서, 칩 판매와 제조 설비 투자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국내 반도체 제조사 주력인 메모리 칩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눈길을 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내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4560억달러로 올해 예상치(4090억달러)보다 1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급격한 메모리 수요 부진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년보다 각각 12%, 2.4% 줄어들며 고전했다.
가트너는 지난해 4분기 매출 예상치를 하향 조정하면서도 “내년 세계 경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며 반도체 시장 성장을 전망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내년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SEMI는 유력 시장조사 단체 9곳의 내년 시장 규모 예상치를 취합한 결과, 평균 12% 성장을 점친 것으로 파악했다. 시장조사 업계가 올해 성장세를 1%로 예상한 것과 대조된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SEMI는 메모리 칩을 만드는 장비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투자는 약 250억달러였던 올해보다 22% 늘어 3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3년 간 가장 높은 투자액이다.
SEMI 측은 “건강, 게이밍, IT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메모리 칩 판매가 늘면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이라며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갈등 등 대외 위기 요인으로 각 IT 회사들이 재고 확보를 진행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 2분기 1조94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최근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업황 개선으로 내년 실적 반등을 기대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는 D램 20%, 낸드플래시 3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