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동통신 중계장치(기지국·중계기) 설치가 집합건물법상 주민 동의(결의) 대상인지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주택 등 집합건물에 이통 중계장치를 설치할 때 입주민의 3분의 2 동의를 받도록 한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본지 7월 3일자 1면·5면 참조〉
법무부 유권해석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법 내 주민 동의 조항 효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사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법무부에 집합건물법 △공용부분의 변경(15조) △공용부분의 관리(16조)에 따른 주민동의(결의) 대상에 중계장치가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중계장치를 '부대시설' 정의에 포함했다. 이후 부대시설은 모법인 주택법을 넘어 '공동주택관리법' 상 주민의 3분의 2 동의와 지방자치단체장 허가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이후 국토부는 과기정통부와의 실무협의에서 중계장치 설치에 대한 주민 동의 조항이 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법뿐만 아니라 집합건물법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집합건물법에 대한 해석을 명확히 하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쟁점은 '변경'이라는 법률 용어에 대한 해석과 실제 법 적용 여부다. 현행 집합건물법에 따르면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사항은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결의로 결정하도록 하고, 일반적인 '관리'에 대해서는 집회(회의) 결의에 따르도록 했다.
과기정통부는 아파트 옥상이라는 공용부분에 중계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공간을 점유하는 행위로, 기존 시설 제거·용도 변화 등을 수반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법률상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 법률 조항은 이통 중계장치와 관련해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과기정통부에 유리한 부분이다. 국토부 시행령 개정 이전까지 중계장치 설치는 통상 이통사와 주민대표 또는 관리사무소 간 협의로 처리했다. 아파트 주민이 옥상 기지국 설치를 반대하며 집합건물법을 근거로 하여 아파트 상대 소송을 제기했지만 요건 미비로 기각된 사례가 있다.
법무부가 중계장치 설치에 주민 동의가 필요 없다는 방향으로 유권해석을 내릴 경우 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법에 명시된 주민동의 규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합건물법은 집합건물 소유권 일반에 대해 규정한 법률로, 다른 법률에 우선한다.
과기정통부와 국토부는 법무부 유권해석을 시작으로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를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법무부 유권해석 결과는 양 부처 간 협의 향방을 가늠할 방향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법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어서 소관 부처의 해석을 받아보기로 한 것은 맞다”면서 “관계 부처와 성실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6일 열린 21대 첫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기정통부 업무보고에서 국토부가 도입한 5세대(5G) 중계장치 설치 주민동의제가 과도한 규제로 작용하며, 5G 망 인프라 조기 구축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