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는 넷플릭스와 같이 인터넷망 종단(Edge)에 위치한 기업이 전송하는 콘텐츠를 가입자에게 도달하도록 제공하며, 상호 연결 계약을 통해 비용을 지불받는다.”
전자신문이 미국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의 '차터 망 이용대가 부과 금지' 인가조건 취소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넷플릭스를 주요 사업자로 언급하며, 망 이용대가 부과를 정당하고 일반적인 거래 행위로 인정한 판결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망 이용대가 부과에 대한 준거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초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통신사간 망 이용대가 갈등이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글로벌 시장 분쟁으로 비화된 상황에서 중요한 판결이다. 우리나라도 망 이용대가 분쟁 관련 주요국 판례와 규제당국 판단 사례를 참고, 공정성에 기반한 새로운 인터넷 거래질서 확립이 시급하다.
〈상〉인터넷 종주국, 미국에선 망 이용대가 '당연'
미국 법원은 기업경쟁력연구소(CEI)와 차터 가입자가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제기한 차터 인가조건 무효 행정소송에서 CEI와 차터 가입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16년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TWC)·브라이트하우스 합병 승인당시 부과한 '온라인영상서비스(OTT)에 대한 망 이용대가 부과 금지' 인가조건이 부당하다며 해제를 명령했다.
미국 최초 망 이용대가를 핵심 쟁점으로 진행한 소송에서 인터넷 거래 실태가 드러난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의 양면시장 속성 등 중요한 법적 개념이 정립됐다.
판결문은 FCC 합병승인명령서를 인용해 2016년 기준 컴캐스트, AT&T, 버라이즌, 타임워너 케이블(TWC), 센츄리링크 등 최소 5개 이상 통신사가 주요 CP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넷플릭스를 사례로 거론하며 통신사의 CP에 대한 망 이용대가 부과가 정당하고, 일반적인 거래관행이라고 판시했다.
차터는 소송 진행 중 FCC에 망 이용대가 부과 금지를 해제해 달라며 청원서를 제출, 컴캐스트와 버라이즌, AT&T가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미국 정부기관에 제출하는 청원서는 법정 증언과 같은 효력으로, 정부 검증에서 거짓이 발견될 경우에 청원 자체가 무효화 된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높다.
미국 법정에 제시된 증거를 종합할 때,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CP가 주요 통신사에 데이터트래픽에 따른 망 이용대가를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다. 기업이 자체 비즈니스 원칙 또는 인터넷 자유와 같은 정치 이데올로기를 이유로 인프라 이용에 대한 정당한 비용 납부를 거부할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와 관련, 국정감사에서 구글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망이용대가 납부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 넷플릭스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통신사가 요청하는 방식의 망이용대가는 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법정에서 드러난 증거를 볼 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미국 법원이 인터넷 시장을 '물침대'에 비유하며, 망 이용대가 부과 정당성을 인정한 것도 흥미롭다.
판결문은 “인터넷 시장은 물침대와 같아, 어느 한쪽 요금을 내리면 다른 한쪽 요금이 올라가기 마련”이라고 판시했다.
인터넷 시장의 양면시장(Two Sided Market) 속성을 인정한 판결이다.
즉 통신사가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네트워크 투자·유지 비용 충당을 위해 소비자 부담이 필연적으로 증가한다는 비유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망 이용대가 납부 거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프랑스, 독일 등 글로벌 시장에서 통신사와 분쟁으로 비화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초대형 CP에 대한 반감도 고조되고 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통신비로 구축한 인프라에 글로벌 CP가 무임승차할 뿐, 망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도 회피로 일관한다는 게 골자다.
우리나라도 망 이용대가에 대한 법적 개념과 최소한의 거래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ICT 전문가는 “글로벌 CP가 네트워크에 대한 대가를 어떤 방식으로든 지불하지 않고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도달시킬 방법은 없다”며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 시장의 판결을 참고, 우리나라도 인터넷 공정이용 원칙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결문 주요 의미
양면시장 개념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