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차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가 될 새로운 콘셉트의 메모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연구개발(R&D) 진용을 재정비했다. 조만간 출시를 앞둔 D램, 낸드플래시 등의 성능 개선과 함께 차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새로운 R&D 조직인 'RTC(Revolutionary Technology Center)'를 설립했다.
RTC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기술 요람인 미래기술연구원 산하에 꾸려졌다. 연구원 내에 산재해 있는 차차세대 메모리 연구 부서들을 RTC로 결집, 조직 체계를 단순화했다.
미래기술연구원 수장인 김진국 부사장이 직접 조직을 챙긴다. 10나노급 4세대 D램 제품, 176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등 SK하이닉스가 당장 해결해야 할 메모리 기술 개발 부서와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조직을 나눠 더욱 명료한 R&D 효율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RTC 신설에 관해 “메모리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기술 역량 선제 확보를 위해 이 조직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RTC는 센터 이름에 '혁명적인 기술'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메모리 칩 정보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고대역폭(HBM) 메모리와 Re램, D램의 단점으로 꼽힌 정보 휘발성 문제를 극복한 스핀주입(STT)-자화반전메모리(M램), 상변화메모리(P램), D램 칩을 낸드플래시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용량과 속도 모두를 개선하는 3D D램 등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STT-M램 분야에서 지난 2011년부터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와 손잡고 공동 개발과 생산을 이어 오고 있다. HBM 메모리는 2013년 업계에서 가장 먼저 기술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HBM2E 메모리를 공개했다. P램 또한 미래기술연구원 내에서 꾸준히 연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당시 SK하이닉스 CEO이던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한 행사에서 “차세대 메모리 가운데 양산이 가장 유력한 후보는 P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범용인 D램과 낸드플래시에 비해 생산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신설된 RTC에서는 생산 과정에서 드러난 다양한 문제점을 집중 연구, 원가 절감을 구현할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기존에 반도체업계에서 전혀 시도되지 않은 반도체 아키텍처와 재료를 발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연간 최대 비용 3조2000억원, 지난해 1~3분기 2조5000억원 등 매출의 11% 이상을 R&D에 쏟아부으며 기술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SK하이닉스는 최근 '크리에이티브 랩'이라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래 기술 발굴에 매우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RTC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