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쎄미켐이 삼성전자에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PR)'를 공급했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의 대 한국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수출 규제 이후 이뤄진 값진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 사례다. 동진쎄미켐은 PR 포트폴리오를 지속해서 늘려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동진쎄미켐은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 최신 D램 생산 라인에 불화아르곤 이머전(ArFi) 포토레지스트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진쎄미켐이 삼성전자에 ArF PR를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진쎄미켐은 그동안 ArF PR보다 한 단계 낮은 급인 불화크립톤(KrF) PR를 주로 공급해 왔다. 그러나 ArFi PR를 삼성전자에 공급하면서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PR는 반도체 공정 가운데 회로 모양을 빛으로 반복해서 찍어 내는 노광 공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공정 전에 PR를 웨이퍼 위에 골고루 도포해야 회로 모양을 새길 수 있다.
회로 모양은 빛의 파장에 따라 정교하고 얇아진다. KrF(248㎚), ArF(193㎚)를 넘어 13.5㎚ 파장의 EUV 광원을 도입한 이유도 회로를 더욱 미세하고 균일하게 새기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ArF는 현재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범용으로 쓰이는 광원이다.
ArF 노광은 웨이퍼에 도달하는 빛의 굴절을 위해 공기를 사용하는 드라이 방식과 빛 굴절률이 높은 액체를 사용하는 이머전 방식이 있다. 동진쎄미켐은 반도체 업체들이 주력으로 쓰는 ArF 이머전 노광 공정을 만족할 수 있는 PR를 공급했다.
삼성전자의 ArFi PR 공급망은 그동안 외국 회사들이 독점해 왔다. 동진쎄미켐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 회사는 새로운 ASML ArFi 장비 입고, 인력 채용 등 투자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 반도체 공정 단순화 기능까지 추가한 ArFi PR 개발과 양산 적용을 약 1년 반 만에 이뤄 냈다. 특히 양산이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 생산 라인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ArFi PR를 대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제품 연구개발 단계에서 소재 퀄(승인)을 받는 것보다 이미 공정이 결정된 상황에서 새로운 소재로 대체하는 작업이 훨씬 어렵다”면서 “삼성전자에서도 동진쎄미켐 PR를 도입하기 위해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진쎄미켐은 PR 다변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생산 라인에 수십 종의 ArFi PR가 활용되는 만큼 기회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진쎄미켐은 다음 달 중순 경기 화성시 발안 신공장을 가동, 주력인 KrF PR는 물론 ArFi PR 생산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EUV PR와 파운드리용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냄에 따라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첨병 역할이 기대된다.
한편 동진쎄미켐은 ArFi PR의 원재료 국산화에도 성공, 주목을 끌고 있다.
동진쎄미켐 관계자는 “기초 소재 발전과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앞으로도 국내 원재료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