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상고를 수용,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심리에 착수했다.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의 '현저성'과 '정당한 사유'의 법률 개념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방통위와 페이스북에 '심리불속행기간 도과'를 통보했다.
대법원이 방통위가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검토한 결과, 상고심을 진행할 가치가 충분한다고 판단, 심리에 착수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연간 75%에 이르는 상고를 기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법원 심리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방통위는 페이스북과 최종 주장을 겨뤄 볼 기회를 확보했다.
대법원은 증인심문 등 절차 대신 서면재판을 통해 철저하게 법리 위주로 심사한다. 방통위와 페이스북은 법원에 제출할 서면 제출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원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상 '현저성'과 '정당성'의 법리 개념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2016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 이용자의 서비스 접속을 지연시켰다.
방통위는 이 같은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50조)인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 행위기준을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42조)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판단,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과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용제한'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이용자 피해정도도 '현저하지 않다'고 판단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페이스북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제한에는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지만 이용자 피해가 현저하지는 않았다고 판단, 과도한 행정처분이라는 이유로 역시 페이스북 손을 들어줬다.
2심에서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제한임을 증명한 만큼, 방통위가 3심에서 '현저성'을 입증해 법원 판단을 뒤집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접속경로 변경 기간 평소 10배에 이르는 민원 증가 건수, 과도하게 증가한 통신지연시간 변동 폭 등을 볼 때 현저성이 명백하다는 기존 입장과 데이터를 보완하고, 판례 등을 참고해 현저성의 법률개념을 명확하게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3심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상 또 다른 법리 개념인 '정당한 사유 없이' 문구가 새로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1심과 2심은 페이스북 행위의 이용제한, 현저성 여부만 판단하고 해당하는지를 판결 근거로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접속경로 변경이 네트워크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방통위는 망 이용대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취하기 위한 '갑질'에 해당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법원이 1심과 2심이 정당한 사유에 대한 판단 자체를 명쾌하게 내리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판결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 재판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소송전 등에서도 유사쟁점으로 다투고 있어 충분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통위 vs 페이스북 재판 쟁점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