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분기에 나란히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글로벌 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가전 중심으로 보복소비 수요가 지속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경영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은 65조원, 영업이익은 9조3000억원을 각각 달성했다고 7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4%, 영업이익은 44.1% 증가했다. 애초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인 매출 60조8058억원, 영업이익 8조8344억원을 모두 크게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매출은 역대 1분기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전체 분기 최대치인 지난해 3분기(66조9600억원)에 근접할 정도로 외형을 넓혔다. 특히 영업이익은 애초에 전망한 시장 컨센서스와 비교, 5000억원 가까이 상회했다.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는 실패했지만 지난해 3분기(12조3500억원)를 제외하고 최근 2년 실적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전반적으로 반도체(DS) 부문 부진을 소비자가전(CE)과 모바일(IM) 사업 부문이 보완하면서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반도체 부문 1분기 영업이익은 3조5000억원 안팎으로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극자외선(EUV) 등 공정 개선 전환 비용과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CE와 IM 부문이 큰 성장을 보이면서 DS 부문의 부진을 메웠다. 1분기 IM 부문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1월 출시한 플래그십 갤럭시S21과 보급형 갤럭시A 시리즈 판매가 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를 탈환하는 성과도 거뒀다. 생활가전(H&A) 부문은 QLED 등 프리미엄 TV와 고가의 '비스포크 라인업'이 인기를 끌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2분기부터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연간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올해 전사 차원의 영업이익이 4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잠정 실적을 공시한 LG전자는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1분기 매출은 18조8057억원, 영업이익은 1조51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7.7% 및 39.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기존 최대치인 2009년 2분기의 1조2438억원을 뛰어넘는 등 약 12년 만에 새 기록을 세웠다. 매출 역시 사상 최대인 지난해 4분기(18조7826억원)를 뛰어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고공 성장하고 있는 H&A, TV(홈엔터테인먼트, HE) 부문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맞춤형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컬렉션'과 프리미엄 TV인 올레드 제품군의 판매가 지속된 데다 스타일러, 건조기 등 신가전 판매가 급성장한 영향이 컸다. 특히 H&A 부문은 분기 영업이익으로는 처음으로 8000억원 돌파가 유력하다.
여기에 전장(VS) 부문의 글로벌 수주가 확대되면서 적자 폭이 줄어든 데다 비대면 수요로 노트북·태블릿 판매가 늘어난 비즈니스솔루션(BS) 부문까지 실적 향상을 거두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뒷받침했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LG와 전장사업에서 협력할 마그나가 애플카 생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합작사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에서 전기차 엔진 역할을 하는 모터와 인터버 조달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