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반도체 패권 전쟁...규제 풀고 파격 세제 지원"

반도체특위 출범·특별법 추진
설비투자 두 자릿수 세제 혜택
각종 지원 담아 이르면 9월 처리
화평·화관법 시행령 완화도 추진

국회가 반도체 제조 관련 산업 육성에 본격 나선다. 공장 증설 등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연구개발(R&D) 수준으로 끌어올려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현행 반도체 설비투자의 경우 최대 6% 수준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지만 이를 두 자릿수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9월 본회의에서 각종 지원책이 망라된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반도체기술특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4.23
 z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반도체기술특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4.23 zjin@yna.co.kr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경쟁국 지원책을 압도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반도체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전폭 지원에 나선 상황에서 위기감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우선 반도체 R&D를 비롯한 시설 투자에 파격적인 세제 지원 혜택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시행령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도체는 특성상 화학물질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규제가 많다. 지난 2015년에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으로 개발 속도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정부와 여당은 업계와 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분야는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도체기술특위 위원장직을 맡은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지원책은 시행령 규제 완화와 반도체 특별법 투트랙으로 진행한다”면서 “특별법은 미국·중국·유럽연합(EU)·대만의 지원책을 비교해 보고 파격적인 수준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반도체 업계가 필요한 지원안을 정리해 오기로 했다”면서 “오는 8월 말까지 법안을 정리해 9월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현재 R&D 비용을 최대 25%(대기업 매출액의 최대 2%) 세액공제 해 주고 있다. 집중 지원이 필요한 일부 신성장·원천기술 R&D는 최대 40%(대기업 30%)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반면 시설 투자 세액공제는 낮다. 기본공제로 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10%를 지원한다. 직전 3년 평균 투자금액 대비 투자 증가 시 3%를 추가 공제한다.

야당도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모은다. 지난 21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반도체 시설투자 시 투자비의 50%를 세액공제해 주는 '반도체 투자 지원법'(조세특례제한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반도체 관련 R&D와 생산시설, 설비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 가운데 50%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세액공제 받을 수 있게 했다.

반도체 업계는 국회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산업계 입장에서 환영한다. 두 자릿수 혜택 자체가 파격”이라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과감한 지원책에 우리도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인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이번에는 과감하게 추진했으면 좋겠다. 투자를 많이 유치하면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규제가 너무 심하다. 화관법·화평법 등 각종 규제로 필요한 팹이 늦게 지어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 외국 반도체 기업이 한국으로 들어올 때도 장벽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용수, 전기, 폐수처리 등 환경안전·행정처리 관련 패스트트랙을 법제화하는 등 유연성을 길러 줘야 한다”면서 “세액공제 외 포괄적인 인프라 규제 완화법이 이뤄져야 한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차량용 반도체 등이 포함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대기업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양 의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일하는 중소기업만 약 3500개인 상황”이라면서 “미국·중국·유럽 등에서 제시하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우리 반도체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면 국내 생태계가 오히려 무너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양 의원은 “반도체 생태계 중심으로 국내 일자리가 늘어나게 된다”면서 “반도체와 연관된 중소·중견기업과 벤처·스타트업까지, 더 넓게는 그 산업으로 생기는 요식업과 문화·체육업까지 혜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