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대가 채무존재 여부를 가리는 민사소송전이 인터넷 시장을 바라보는 프레임 전쟁으로 귀결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접속 유료·전송 무료'를 프레임을 내세운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시장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이 '전기통신사업법' 역무제공과 이용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반격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20부(재판장 김형석)은 양측 간 채무규모보다 채무성립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SK브로드밴드 “전기통신사업법 관점에서 보자”
SK브로드밴드 변호인(법무법인 세종)은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해야 판단에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기간통신역무는 음성·영상·데이터를 내용 변경없이 송·수신하게 하는 전기통신 역무, 또는 이를 임대하는 역무다. 통신사(ISP) 역무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이용자가 데이터를 송신 또는 수신하게 하는 스위치와 라우터, 광케이블 등 기술적 설비와 환경, 즉 커넥티비티(연결성)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넷플릭스는 일본·홍콩에서 데이터 저장소 개념인 오픈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SK브로드밴드 회선에 직접 연결해 SK브로드밴드 망 자원을 이용한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이 명시한 역무 제공이 명백하며 정식 계약을 체결해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지다.
박승진 SK브로드밴드 그룹장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인터넷망을 이용하지 않고 콘텐츠를 SK브로드밴드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이 있느냐”며 “넷플릭스가 통신사 망 부담을 덜기 위해 OCA를 한국과 가까운 일본과 홍콩에서 운영한다하더라도 SK브로드밴드 망 자원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연결성' 개념 두고도 관점 충돌
넷플릭스는 통신사 의무는 '세계적 연결성'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이를 제공하지 않는 SK브로드밴드에는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변호인(김앤장 법률사무소)은 “CP는 자신이 가입한 통신사에만 인터넷접속료를 지불하면 전송을 통해 세계적 연결을 제공하는 건 통신사 책임이 된다”며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이용자와만 연결되고 다른 이용자와는 연결이 안 되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만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넷플릭스 OCA는 통신사에 캐시서버 방식으로 망 부담을 줄이도록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OCA가 통신사로부터 받는 혜택은 없으므로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며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학술 이론과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보다 오로지 법률에 근거해 망 '제공자'와 '이용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재차 반박했다. 실제 OCA와 기능이 동일한 다른 콘텐츠전송네트워크사업자(CDN)는 통신사로부터 세계적 연결성을 제공받지 않으면서도 통신설비 이용을 대가로 통신사에 전용회선료를 지불하고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도 SK브로드밴드 통신설비를 이용해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게 명백한 만큼 전기통신사업법 관점에서 망 이용 계약을 체결하는 게 정당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는 6월 25일을 1심 선고기일로 정했다. 학술 이론과 전기통신사업법 중 어떤 시각을 판단 기준으로 채택할지가 소송전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3차 변론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