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5(PS5)와 엑스박스시리즈X/S(XSX) 물량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콘솔기기 수요 증가와 반도체 공급 부족이 겹친 까닭이다.
콘솔 하드웨어 생산은 반도체 수요공급과 직결된다. 반도체는 콘솔 기기 핵심 부품이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모두 반도체다. PS5와 XSX에는 AMD의 8코어 AMD GEN2 CPU와 RNDA2 GPU 기반 칩셋이 탑재된다.
AMD는 이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맡겨 양산한다. 그러나 TSMC에 주문이 몰리는 상황이라 콘솔 기기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는 형편이다. 고성능 칩셋 제조에 사용되는 아지모토 빌드업 필름(ABF)도 부족하다.
콘솔 3사는 반도체 수급 난항으로 콘솔기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PS5는 출시 후 올해 2월까지 587만대를 팔았다. 당초 목표인 3월까지 760만대 판매는 사실상 달성이 어려워졌다. 소니는 올해 1480만대 이상을 목표로 삼았다.
짐 라이언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 대표는 “가전제품 수요 증가와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올해 PS5 판매 목표량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MS) 투자책임자도 ”MS는 보유한 모든 XSX를 판매했으며 적어도 6월까지는 공급이 제한될 것”이라며 “2분기가 되면 MS 공급사슬이 제대로 속도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CPU와 GPU를 쓰는 닌텐도 역시 마찬가지다.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사장은 “당분간 생산이 가능한 반도체는 확보했지만 기기 수요가 높고 수급이 빠듯해 품귀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수주분을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기업에 콘솔 시장 확대 추세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콘솔 수요가 지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콘솔 기기에 들어가는 D램 용량은 16GB로 스마트폰 평균 탑재량 4배 수준이다. NAND 역시 825GB, 1TB로 스마트폰 평균 탑재량 120GB에 각각 6.9배, 8.3배 수준이다.
파운드리 공급 부족 현상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가격 상승을 야기한다. TSMC는 주요 고객사 가격 인하 정책을 폐지했고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와 뱅가드국제반도체(VIS)도 칩 생산 단가를 올렸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3.3% 증가해 전체 반도체 제품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최근 6개월 사이 24% 상승했다.
콘솔 게임 산업 성장은 AMD GPU 위탁생산 가능성이 있는 삼성전자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5나노 칩셋 공급이 가능한 회사는 TSMC를 제외하면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초과 물량만 흡수해도 상당한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