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무임승차, 이제는 끝낼 때]〈하〉네트워크판 공유지의 비극, 사전에 방지해야

네트워크 설비 소유하지 않은 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 망 이용대가 지불은 당연
방통위 가이드라인-전기통신사업법 명시
소송전,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 계기 돼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 본질은 간결하다. 넷플릭스의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전달하기 위해 네트워크에 대한 유지비용이 발생하며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되는데 이를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다.

시장경제에서 상품을 사용하는 방법은 소유 또는 임대다. 한국에 자체 네트워크 설비를 소유하지 않은 채 망을 이용하는 넷플릭스가 상업적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를 방치하면 투자재원 확보를 통한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 생태계 진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망 이용대가 부과 정당성을 놓고 벌이는 세기의 재판을 공정한 네트워크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 고조되는 이유다.

〈하〉망 이용대가 문제, 시장경제 원칙으로 풀어야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인터넷망 이용계약 원칙과 절차 등을 제공해 망 이용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용자 권익을 보호, 인터넷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상생·발전하도록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가이드라인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경쟁사 이익 제한 금지 △명확한 전송용량, 이용기간 등을 서면계약으로 작성할 것 등을 명시했다.

가이드라인 전제는 통신사와 CP 등 기업 간 망 이용계약이 실체적인 거래 행위로 존재하며 기업이 인터넷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주장대로 전송은 전적으로 통신사 책임이며 CP가 망 이용계약 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면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은 존재할 필요조차 없다.

실제 네이버, 카카오, 왓챠 등 국내 콘텐츠 기업은 물론이고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CP도 통신사와 캐시서버 또는 IDC에 대한 회선 연결을 대가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심지어 넷플릭스도 미국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다는 사실이 현지 소송과정에서 입증됐다.

망 이용계약은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거래행위 중 하나의 형태다. 망을 직접 소유하지 않았다면 이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시장경제 원리가 적용된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사가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이용'으로 규정한다. CP가 가입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할 때, 가입자 집까지 망을 구축해 전달할 수 없으므로 통신사의 망 자원을 이용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실제 SK브로드밴드 국제회선과 넷플릭스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는 일본 접속점에서 직접 연결된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자원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명확하다.

망 이용대가 규모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더라도 국내 전기통신사업법과 가이드라인 계약 성립까지 부정하긴 어렵다.

양측 간 분쟁은 인터넷 생태계의 기술적 이슈로 인해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대량의 트래픽 발생에 따라 망을 유지하기 위한 원가와 비용은 이용자인 CP가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망 이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이라는 시장경제와 통신시장 기본 명제가 부정된다면 모든 글로벌 CP가 한국 통신 망을 무료로 사용하려 할 수 있다. 주인 없는 목초지를 공짜로 사용하며 관리하지 않아 황폐화되는 네트워크판 '공유지의 비극'이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이 '세기의 판결'을 통해 정당하고 합리적인 망 이용계약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시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소송 일지

[망 무임승차, 이제는 끝낼 때]〈하〉네트워크판 공유지의 비극, 사전에 방지해야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