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스마트폰, 전자레인지 등 일상생활 기기가 방출하는 전자파를 국내외 인체보호 기준 또는 그 이상으로 강하게 동물에 노출돼도 건강에 대한 유의미한 영향을 발견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전파·의료 분야 연구진이 3년 이상의 실험과 글로벌 연구 사례를 종합한 결과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자파 안전과 관련해 중요한 연구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파학회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생활 속 전자파 건강영향평가'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보다 앞서 학회와 ETRI는 전파·통신·의학·약학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한 '전자기장과 생체관계 연구회' 산하 KEHC위원회(위원장 백정기 충남대 명예교수)를 결성했다. 연구진은 모니터, 장난감, 전자식 조리기기 등이 방출하는 '중간주파수'(IF·20㎑대역)에 대한 동물 실험을 세계 최초로 진행해 전자파가 미치는 인체 영향을 측정했다. IF는 높은 강도로 장기간 노출될 때 인체의 장기와 열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흰쥐에 IF 대역인 20㎑ 전자파를 이용해 인체 보호 기준에 해당하는 6.25마이크로테슬라(μT) 또는 30μT 강도로 90일 동안 노출해도 암 발병이나 체중, 혈액 등에 이상 반응이 없음을 확인했다. 같은 기준으로 12∼18개월 동안 장기 노출 때는 중성구와 림프구 등 일부 세포 영향만 관측됐다. 연구진이 같은 기준으로 흰쥐를 전자파에 노출해 종양 발생과 생식 영향을 측정한 결과로도 과학적 방법론에 근거한 영향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전까지 전자파의 인체 영향 연구는 통신기기에 사용되는 10㎓ 이내 무선주파수(RF) 위주였다. 국내 연구진이 IF 인체 영향 측정 결과를 세계 최초로 제시, 글로벌 시장에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RF 전자파와 관련해서도 그동안 국제 사회에서 진행되지 않은 다중주파수의 인체 영향에 관한 새로운 연구를 시도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주파수 단독, CDMA와 3세대(3G) 이동통신(WCDMA) 주파수 등에 흰쥐를 동시 노출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전자파흡수율(SAR) 인체 보호 기준인 0.4W/㎏(직업인), 0.08W/㎏(일반인)의 각 10배와 50배에 해당하는 4W/㎏ 강도로 흰쥐를 전자파에 노출했지만 혈청 멜라토닌, 갑상샘 자극호르몬 등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IF 전자파의 경우 인체 보호 기준을 충족, 사용 시 RF전자파의 경우 기준을 상당 부분 상회해서 사용하더라고 암과 세포 변화 등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과학적 방법론에 근거해 입증됐다. 전자파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자파의 인체 영향에 대한 판단을 토대로 정책 수립과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정기 위원장은 20일 “연구가 제시한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해서 전파 기반으로 초연결 인프라의 안정적 진화에 일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한국전자파학회·ETRI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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