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시스템 반도체 인력 양성 현황을 조사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건 해외 인재 관리 플랫폼입니다. 유학생이나 재미 기술자를 적극 유치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기업과 일자리 매칭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울만한 시스템입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박사는 최근 '대만 반도체 인력 양성 현황과 시사점'이란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세계 1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역시 인재였다. 대만 대학의 반도체 인력 양성 체계부터 산업 인력까지 면밀히 살펴본 김 박사는 해외 인재 관리 플랫폼을 가장 경쟁력 있는 시스템으로 손꼽았다.
김 박사는 “해외 인재 관리 플랫폼은 반도체 전문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을 뿐 아니라 핵심 인재를 원하는 산업계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가 언급한 해외 인재 관리 플랫폼은 대만 과학기술부가 직접 운영한다. 해외 유학생을 국가·연령·전공·경력별로 관리하고 자국 내 수요 기업과 연결해준다. 대만의 경우 반도체 산업은 다른 사업 대비 평균 연봉이 높다. 귀국을 준비하는 유학생에게 인기 있는 직종으로 통한다.
김 박사는 “반도체 제조업 일자리는 미국보다 대만이 더 많다”면서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도 취업과 구직 활동은 대만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유학생이나 재미 기술자들이 자발적으로 플랫폼에 등록하는 사례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해외로 나간 인재뿐만 아니라 국내에 들어온 해외 전문인력도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에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 박사는 “자발적으로 유학을 가거나 해외에서 근무하는 반도체 인력을 모두 파악하고 관리하는 게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공급과 수요가 부정합한 지금 상황에서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김 박사는 대만의 반도체 석·박사 인력 배출 현황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우리나라처럼 '반도체 학과'라는 이름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은 극소수다. 대부분 정보공학이나 전기공학 전공자가 반도체 업계에서 활동한다. 특이한 건 지난해 기준 대만 8대 상위권 대학 반도체 관련 전공 졸업자 수 가운데 학부보다 석·박사 인력이 더 많다는 것이다. 정보·전기공학 전공 학부 졸업생은 1841명인데 비해 석·박사 졸업생은 1971명이다. 석·박사급 전문 반도체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김 박사는 “관련 학부에서 공부를 하더라도 나중에 반도체 전공을 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인력 양성 체계가 이런 현상에 기여했을 것”이라며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선 융·복합 교육 시스템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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