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세계 1위를 달성했지만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여전히 메모리 쏠림 현상이 강하고 성장동력 중 하나인 파운드리 투자 행보가 더딘 탓이다. 언제든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도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시계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22조7400억원 중 메모리 비중은 80%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스템 반도체(시스템LSI)와 파운드리를 합쳐도 20%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그만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편중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 1위를 30년째, 낸드는 20년째 지키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 강력한 위상은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의 허약한 체질을 방증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 안팎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171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역량까지 비약적으로 끌어 올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에 편중된 삼성전자 체질 개선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다.
또 다른 성장동력인 파운드리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7%로 2위다. 미국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1%포인트(P) 줄었다. 55% 점유율로 파운드리 왕좌를 지키는 TSMC와 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 반전을 위해서는 투자가 시급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초 미국 파운드리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부지도 선정하지 못했다. 미국과 협상 줄다리기도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삼성 리더십 공백이 지속되면서 신속한 의사 결정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시장 대응 속도가 늦어졌다는 의미다. TSMC와 인텔이 전방위 투자 행보를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TSMC와 인텔은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주가가 껑충 뛰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불투명한 시계 탓에 주가도 발목을 잡혔다. TSMC와 인텔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8.2%, 8.1%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4.5%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호실적 속에서도 위기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2분기 메모리 매출, 전체 80%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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