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이 국내 엔지니어를 대거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 EUV 장비 기술 지원 수요에 따른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TSMC가 있는 대만에서도 엔지니어 채용을 늘리는 등 EUV 공정 확대에 따라 ASML 엔지니어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ASML코리아는 최근 150여명 규모 상반기 채용을 마치고 인력 배치를 완료했다. 이 중 엔지니어는 120명 수준이다.
지난해 공시 기준 ASML코리아 전체 임직원이 1364명인 것을 고려하면, 상반기에만 엔지니어 수가 10% 확대된 셈이다. ASML코리아는 하반기에도 100여명 이상 엔지니어를 추가 채용할 전망이다.
ASML코리아 관계자는 “하반기 공개 채용도 앞두고 있다”면서 “채용 규모는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ASML코리아가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160~170명 수준 인력을 채용한 것과 비교하면 채용 규모가 상당 수 늘었다.
ASML코리아 인력 확보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의 EUV 공정 적용 확대에 따른 대응책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EUV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양사 모두 초미세 회로를 그리기 위해 EUV 장비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4나노미터(㎚) D램의 EUV 적용 레이어를 기존 1개에서 하반기 5개로 확대한다. ASML에 따르면, D램 월 10만장 웨이퍼 기준 EUV 레이어를 1개 추가할 때 EUV 장비는 1.5~2대 필요하다. EUV 레이어를 추가 적용할 때마다 EUV 장비도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도 EUV 장비를 추가 도입, 공정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월 4조7549억원을 투자해 ASML과 2025년까지 EUV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EUV 적용 레이어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하이닉스는 1개 레이어에 EUV를 적용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의 EUV 적용이 확대되면서 ASML 기술 지원과 유지 보수 인력 수요도 함께 늘었다. ASML이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기 때문에 기술 지원과 유지 보수도 ASML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SML이 2025년까지 24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에 EUV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만큼 인력 채용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
이같은 추세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ASML은 대만에서도 엔지니어 추가 채용으로 인력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ASML은 대만에서 올해 600여명 엔지니어를 확보할 예정이다. EUV 장비를 가장 많이 도입한 TSMC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채용이 완료되면 대만 ASML 인력은 기존 대비 20% 늘어, 3400여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