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되면서 삼성은 총수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은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만큼 경영 참여가 제한적이겠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13일 출소하면 삼성은 경영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이 부회장 복귀와 맞물려 그동안 미뤄뒀던 대형 경영 현안들 추진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 복귀가 가져올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 반도체 투자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 M&A 등이 본격화되고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다시 작동하면 삼성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와 소비자, 임직원 신뢰가 제고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재계도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가장 먼저 반도체 사업 현황과 시장 상황 등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의 인텔, 대만의 TSMC와 치열한 반도체 전쟁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엄청난 규모와 중요성으로 인해 이들 3개 기업간 경쟁은 국가간 경쟁처럼 비춰질 정도다. 실제로 각국 정부도 반도체 산업에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TSMC는 55%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한 발 앞서 가고 있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17%에 그친다. 삼성전자에 앞서 있는 TSMC는 2024년까지 147조원을 투자해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확대를 선언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톱 10에 들지 못하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해 단번에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인텔은 300억 달러(34조3500억원)를 투자해 세계 4위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도 17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총수 부재 등으로 후속 계획 진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단적으로 미국에 새로 건설할 예정인 파운드리 공장 부지도 확정하지 못했다. 미국 텍사스주, 뉴욕주, 애리조나주 등이 공장 유치에 뛰어든 가운데, 이 부회장 복귀 이후 후보지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간 치열한 기술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신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도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2016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대규모 M&A가 없었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128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쌓았지만, M&A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차량용 반도체,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 부품 등에서 새로운 M&A 시도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이어서 경영 활동에 제약이 가해질 것이라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가석방은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임시로 풀어주는 '조건부 석방'이어서 경제사범에 적용하는 취업제한이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정상적으로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특정경제사범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외 출장 역시 갈 수 없다.
이 부회장의 또 다른 재판들이 진행 중인 것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도 정식 재판에 회부돼 오는 19일 재판이 시작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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