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업 생태계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반도체 제조사 중심의 설계·공정 기술과 더불어 소부장 협력사와 협력으로 반도체 미세화와 성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가 소부장 업체와 진행한 연구개발(R&D) 협업 사례도 해를 거듭할수록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섭 삼성전자 부사장(반도체연구소장)은 7일 '글로벌 테크 코리아 2021' 2일차 기조연설 '반도체의 도전과 미래 비전'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전방위적 협력과 유기적 생태계 조성을 주문했다.
김 부사장은 “과거에도 설계, 공정, 소재, 설비를 중심으로 반도체 기술 개발을 주도해 왔지만, 이제는 소재·설비의 중요성과 비중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들(소부장 협력사)의 도움 없이 반도체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제조사만의 노력으로 반도체 개발 및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 부사장은 반도체 제조사와 소부장 업체 간 협업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삼성전자 R&D 협업 현황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R&D 과정에서 반도체 장비사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수는 2015년 대비 2020년 2.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재 업체와의 프로젝트도 5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소재·장비 협력사와 꾸린 R&D 워킹그룹 수도 대폭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장비업체 간 워킹그룹은 지난 5년 동안 3.5배 증가했다. 소재 업체의 경우, 같은 기간 2.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사장은 “이런 통계를 통해 반도체 업계에서 소재와 설비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서 “반도체 디자인, 공정, 소재, 설비 분야의 기술에 대한 도전과 협력이 없었다면 반도체 산업은 이만큼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협업 생태계 확대는 산업과 시장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은 산업 성장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도 상당 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김 부사장은 “스마트폰에는 현재 50여개 반도체가 들어가고 내연기관 자동차는 200~300개가 들어가는데 비해 자율주행차는 2000개가 넘는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의 미래는 반도체 없이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반도체 수요 증가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모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분야다. 이런 AI와 빅데이터는 다양한 산업에 적용돼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사장은 “향후 스마트 자동차, 바이오,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등에서 반도체 수요의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반도체 업계는 지속적인 수요 증가와 성능 개선 등 시장 요구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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