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로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이 속속 '정보통신기술(ICT)·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4차 산업혁명' 파고를 대비하는 공약을 주요 후보들이 내놨었다. 이번 20대 대선에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좀 더 발전시키고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공약 등이 발표됐다. 아직 여야 본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아 ICT·과기 관련 공약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추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본경선 한창 '민주당'…“연구단지, 글로벌 클러스터로”
더불어민주당 지역순회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는 ICT와 과학기술 분야 공약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다만 충청권을 겨냥해 나온 공약 중 이와 관련된 것이 많다. 충청권에 과학기술 연구단지와 산업단지 등이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향해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과학기술·바이오·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로 이어지는 충청권 첨단산업벨트 조성을 약속했다.
그는 대덕특구 공약발표문에서 “21세기는 지식과 과학기술 기반의 시대다. 국가의 경쟁력은 첨단기술과 연구 능력에 달려 있다”며 “과학기술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다. 그 중심지가 바로 대덕연구개발특구”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급변하는 기술생태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며 “대덕특구가 그 중심에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데이터기반 융복합 R&D 혁신캠퍼스로 대전환 △대전·충남지역 대학과 기업들이 연계해 미래 신산업 인재 양성 △'K-사이언스 수도'로 성장 △네트워크 기반 연구기술단지로 재편 △과학문화 기반의 도시 인프라 조성을 공약했다.
'대전·세종·충남·충북 지역공약' 발표문에서 충청권 첨단산업벨트 조성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으로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미·중간 기술패권경쟁 심화와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소부장 산업 등 제조업 중심의 국가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 중심의 초광역 메가시티화(대덕 특구에서 시작해 오송-청주-괴산-천안·아산 연결) △대전·충북 오송 첨단 바이오산업, 충남·세종 연계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 △충북 시스템반도체 첨단 패키징 플랫폼 구축해 'K-반도체 벨트' 완성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설치 △천안·아산 디스플레이 소부장 특화단지 육성을 공약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반도체·AI·미래차·배터리·로봇 등 5개 분야를 '코어테크'로 선정해 국가적 지원을 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분야에 선제 지원을 해 대한민국을 국제 사회의 '퍼스트 무버'로 만들겠다는 테크 성장 전략이다.
이 후보는 '테크성장 전략 발표'에서 '지금은 과학기술 신냉전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과학기술은 국가의 생존이 달린 안보 문제기 때문에, 과감한 선제폭격 전략을 통해 테크전쟁에서 승리해 대한민국을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전략기술'에 코어테크를 추가, 국가적 단위의 성장전략으로 글로벌 1위 달성 △R&D 연구·정책 체계 현장 중심 재정립 △기초연구 확대와 대학, 공공연구부문 강화 △모태펀드 10조원 수준 증액 △기술보증 자본금 2배 확충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 강력 시행 △기초과학 분야 학부와 대학원, 지역 이공대 교육비 지원 △과학고 추가 설립 △과학기술 외교력 강화 등을 공약했다.
또 '미래차' 육성 방안으로 △미래차 취득세·개별소비세 완화 △공영주차장 할인 △혼잡통행료, 고속도로 통행료, 전기차 충전요금 등 기존 자동차 관련요금 개편 △국가 등 공공부문 미래차 의무구매비율 상향 △친환경차 구매목표제 도입 △신축아파트 50% 이상의 충전설비 구축 및 기존 주거지 충전시설 보급 확대 △수소 충전시설 2000개 수준까지 확대 및 고속도로 휴게소 우선 설치 △미래차 부품업체에도 완성차 업체와 동일한 수준의 세제와 R&D 지원 등을 약속했다.
추미애 민주당 후보는 '강력한 디지털혁신국가'를 공약했다. 추 후보는 △개방과 공유의 인텔리전스 정부 △'디지털르네상스' 교육혁신으로 디지털 문해력 확장 △21세기형 기술전략 수립 △시민주도 거버넌스 △따뜻한 디지털화 △디지털 대헌장 제정을 공약했다.
추 후보는 “인텔리전스 정부는 판례와 행정 빅데이터 등 세금으로 만든 모든 데이터(판례, 행정 빅데이터 포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부 '기계가 읽을 수 있는(Machine Readable)' 형태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공개 정부에서 데이터공개 정부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국민들이 디지털 문해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공교육에서 정보교육 비중을 늘리고, 교육대학에는 초등컴퓨터교육 전공을 강화한다고 공약했다.
양산기술뿐 아니라 원천기술, 딥테크(Deep Tech)에 자원을 투입해 21세기형 기술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해외 고급 전문인력 확보 △비자 제도 손질 △외국인 친화적인 연구 환경 지원·구축 등을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경선 초반 레이스…'디지털혁신부·친원전'
야당은 경선 레이스가 워낙 초반 상태이기 때문에 몇몇 후보를 제외하고 대부분 아직 구체적 공약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가장 구체적인 ICT 공약을 내놓은 야권 주자는 유승민 국민의힘 후보다. 그는 '100+100 일자리 공약:디지털혁신인재 100만+사회서비스 100만'을 발표했다.
유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경쟁에서 이기면 성장과 좋은 일자리의 길이 열려 있다”며 “기술경쟁의 핵심은 ABCD(AI/Big Data/Computing/Domain Knowledge) 분야의 인재”라고 말했다.
이들을 키우기 위해 △혁신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교육 혁신 △수도권 정원, 대학 내 칸막이 없애기 △AI/BD 등 첨단기술과목 교양필수 이수 △학사+석사 연계, 석사+박사 연계교육 △인재U턴 정책 △교수의 기업, 연구소 겸직 자유화 △투자U턴(reshoring) 정책 추진 △리쇼어링 추진 △수능에 '컴퓨터 탐구' 신설·대입 수시전형 '디지털 인재 전형' 신설 등을 공약했다.
유 후보는 이런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해 디지털 혁신인재 100만 양병의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반도체 분야의 강력한 지원을 내놨다. 이를 위해 △정부 50조원 선출자·민관협동 반도체기금 '코마테크펀드' △비메모리 분야 팹리스(설계회사)와 파운드리(제조회사)를 집중 육성 △남부경제권 반도체 미래도시 건설 △지방 거점대학 반도체 학과 신설을 공약했다.
하태경 후보는 대통령 직속 '국가사이버안보청'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이버안보청을 사이버 전쟁 컨트롤타워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국정원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경찰, 과기정통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으로 흩어져 있는 사이버 안보팀을 통·폐합해 대통령 직속 국가사이버안보청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외 야권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반대 정책인 '친원전' 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일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원자력발전소 밀집 지역에 북한의 도발을 대비해 미사일 공격을 요격할 수 있는 아이언돔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건식 처리) 기술 상용화로 '소형 원자로'를 이용한 청정 에너지 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최재형 후보도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