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내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출하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한다. 삼성은 세계적 모바일 AP 제조사지만 성능 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성능 개선을 기반으로 시장 반격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현재 20% 수준인 갤럭시 스마트폰의 엑시노스 탑재 비중을 50~6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IM부문과 시스템LSI사업부가 속한 DS부문 간에 엑시노스 비중을 대폭 늘린다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AP 생산 확대를 위해 기판, 패키징, 테스트 협력업체 설비 증설을 시작했다. 반도체 테스트 업체인 하나마이크론은 8월 말 1500억원, 네패스아크는 9월 말 995억원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브랜드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일부 공급되지만 주 공급처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이다. 갤럭시 탑재 비중 확대가 곧 AP 출하량 증가로 이어지는 셈이다. 탑재 비중이 두 배 이상 확대되는 만큼 출하량도 상응해 늘어난 것이다. 사안에 밝은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5G 통신과 발열 이슈가 차기 제품에선 해결된 것으로 안다”면서 “성능 개선이 뚜렷해 신형 칩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밝혔다.
삼성 엑시노스는 한때 모바일 AP 시장 1위인 퀄컴과 비교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 받았지만 최근 2~3년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AP 점유율은 2019년 10% 중반대에서 감소해 현재는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단점으로 지목됐던 그래픽 성능을 AMD와 협력해 보강하고 5G 통신에 따른 발열 이슈 해결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인엽 시스템LIS사업부 사장은 올해 1월 AP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다음 플래그십 제품에는 AMD의 차세대 GPU를 탑재할 것”이라며 차기 AP에 대한 정보를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AMD가 협력한 AP는 내년 플래그십 제품인 'S22' 시리즈에 탑재될 계획이다. S22는 3개 모델로 출시되며, 모든 기종에 엑시노스가 적용된다. 엑시노스와 경쟁하는 퀄컴의 AP는 출시 지역별 혼용이 전망된다.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엑시노스 탑재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해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를 확대해서 적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스마트폰 출하 계획을 올해보다 5000만~6000만대 늘어난 3억2000만대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스마트폰 및 AP 사업 계획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가 AMD와 협력한 엑시노스는 5나노 공정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설계한 AMD IP(설계자산)로 설계한 칩을 파운드리사업부가 만들어서 공급하는 형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