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흥행으로 데이터 트래픽 폭증이 지속되자 영국이 망 이용대가 부과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한국의 망 이용대가 부과 논의가 세계 시장과 규제당국 주목을 받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영국 가디언은 '오징어 게임의 성공, 증가하는 인터넷트래픽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열다' 기사를 통해 영국과 한국의 망 중립성·망 이용대가 논의 현황을 비교·분석했다.
가디언은 “한국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트래픽 폭증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며 “영국에서도 넷플릭스 글로벌 신작출시와 아마존프라임 프리미어리그 중계 등 이벤트와 코로나19 위기가 겹치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넷플릭스 트래픽 폭증과 방송통신규제청(OFCOM)이 망 중립성 규제 재검토 의견수렴을 시작하며 영국에서도 망 이용대가와 망 중립성에 대한 논쟁이 고조될 전망이다.
영국의 2020년 초고속인터넷 가입회선당 평균 데이터트래픽 사용량은 429GB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30%이상 급증했다. 브리티시텔레콤(BT)은 데이터트래픽 폭증을 감당하기 위해 2억 파운드(약 3200억원) 이상 추가 인프라 투자를 단행했다. 반면에, 영국 또한 넷플릭스와 유튜브, 페이스북, 블리자드가 데이터 트래픽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소수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트래픽이 집중돼 있다.
이에 대해 BT 등 통신사는 “소수 거대 CP가 인터넷 인프라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망중립성 등 주요 통신규제가 만들어진 25년전에는 이같은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망 중립성에 대한 수정을 비롯해 콘텐츠와 데이터소비를 주도하는 사업자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도록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반면에 모질라 재단과 오픈 라이트 그룹 등 시민단체는 “망 중립성 규제 등을 손볼 경우에 인터넷이 잠재적으로 빠른 차선과 느린 차선으로 분할되는 역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며 반대한다.
가디언은 인프라 비용 분담과 관련,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사용해 현지 통신사와 가까운 거리까지 데이터를 자체 전송함으로써 통신사 비용을 절감한다는 넷플릭스 주장을 소개했다. 동시에 OCA와 같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서비스 모델은 통신사에 비용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는 OCA는 해외망 구간에 소요되는 넷플릭스의 자체 데이터전송료를 절감하기 위한 인프라일 뿐이며, 국내 통신회선과 연결돼 데이터를 전송하는 이상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SK브로드밴드 논지와 일치한다.
가디언은 넷플릭스가 미국에서는 수년간 통신사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불했고, 아마존과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영국 규제 당국과 통신사는 구체적 제도개선 방안을 제기하진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망 이용대가 공정 계약을 전기통신사업법에 명시해 법제화하려는 한국의 제도개선 논의와 성과는 글로벌 인터넷 규제 질서의 새 판을 짜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英 가디언 기사 논지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